93. Replay

2017년 2월 18~20일, 여행 150~152일 차, 이집트 카이로

by 오상택

에티오피아에서 새벽에 출발한 비행기는 이집트에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한 번 더 별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욕심은 온데간데없고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아프리카를 이동하는 동안, 항상 도착할 때 즈음되면 옆에서 우연이가 깨워 주었는데 오늘은 그런 것이 없었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나라인 이집트에서, 다시 혼자서 여행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카이로에서의 첫 3일. 그것은 어쩌면 의미 없는 여행의 공백기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돌아보고, 되돌이키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2월 18일 : 다시 혼자로 돌아가다

카이로 시내로 가는 버스 안. 잘 보면 삼성장군님이!

혼자로 이집트에 도착한 후 공항에서 심카드를 만드는 데에 약간의 애를 먹었다. 같이 여행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랬을까. 이집트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항상 함께하던 우연이가 있었다면 그랬을까. 새벽에 타는 비행기 때문이었는지, 혼자가 된 여행이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됬던 건지 첫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에티오피아의 독자적인 언어처럼 가득한 이집트의 아랍어는 파키스탄에서 봤던 그 글자지만 알아볼 수 없었고, 인도만큼이나 복잡한 카이로의 시내(물론 염려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는 정신없게 만들었다. 다시 혼자가 된 여행은 나에게 왠지 모를 무기력감을 선사했다. 어쩌면 혼자라 서라기보다 힘든 아프리카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늘만큼은 쉬기로 했다. 혼자로 돌아가는 것이, 꽤나 어색해지는 모양이다. 아프리카에서 친구와 같이 지낸 2달이 정말 다르기는 했다. 이제 정말 혼자가 되어야 한다. 내일부터는 활기차게 나갈 수 있었으면.


2월 19일 : 다시 생각해 보다

회사에서의 내 삶은 미생이었으리라. 이 여행도 그러하리라

호스텔에서 주는 조식을 먹고 오늘은 일과를 시작해 보리라 다짐했다가, 밀린 빨래와 이집트 계획을 정리를 하고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획을 얼추 짜고 내가 했던 일은 일과가 아니라 드라마 시청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몸 상태도 애매했고 나가기 귀찮아지는 마음이 슬금슬금 들었으니까. 고대 이집트 문명이 지척에 있음에도 드라마를 선택해 버렸다. 미생. 한국에서도 이미 본방 사수와 재방, 삼방을 통해 보고 또 봤던 드라마. 여행을 나오기 전 , 나도 회사에 있었다. 미생에서 처럼은 아니지만 회사생활 열심히 했다. , 그때 미생을 볼 땐 '내 마음도 저러하리라'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회사를 나온지도 벌써 1년, 한국이 아닌 이집트에서 회사를 뛰쳐나와 보는 미생은 나에게 '나는 어떤 사원이었나'를 돌이키게 했다. '내 회사 생활은 그 누군가의 회사 생활보다 객관적으로 모범적이었나' '그렇게 회사를 나오는 것이 과연 보편타당한 것이었나' 오묘한 생각이 들었다. 결론 비슷한, 나만의 의견이 도출되기는 했지만 비밀로 하기로.


2월 20일 : 다시 여행을 시작하다

앞의 이틀에 비해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숙소의 이집션들도 굉장히 좋은 날씨라며 피라미드를 보러 가라며 이런저런 투어 상품을 권했지만 시내를 걸어보기로 한다. 숙소 근처는 카이로의 다운타운 같은 곳이었다. 오래된 숙소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저렴한 먹거리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카이로 시내를 걷는 걸음이 경쾌하다.

IMG_2329.jpg
IMG_2345.jpg

오전에는 숙소 근처를 돌아보면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들-그러니까 고장 난 신발을 고치고, 모자란 생필품들을 준비하는-을 하기로 한다. 애석하게도 신발은 너무 오랜 시간의 수리 시간이 필요해서 다음을 기약했고, 생필품들을 간단히 구매해 돌아왔다. 나일강은 이집트 전반을 가로지르는 젖줄이자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시작지이다. 흔히 카이로가 그 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거 수도는 다른 도시였다. 그럼에도 나일강이 카이로 시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주는 공간임을 나일강을 따라 걸으며 알 수 있었다. 언뜻 보면 한강과도 같은 풍경에 한국을 떠올릴 수 있어 여행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다운타운에서 나일강을 건너에는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이 있다. 여기서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한국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은 적어 내가 이집트 학생들과 이야기해보거나 할 기회는 없었다. 덕분에 산책만 실컷 했달까. 여행의 준비운동 같은 하루였다.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대로 정한 나의 휴식 3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2. Goodbye,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