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비는 내려서

by 박수민

예상치 못하게 만난 비는 언제나 달갑지 않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만남에 달뜬 마음으로 집 밖을 나왔는데, 맑은 하늘에 비가 왔다. ‘그냥 갈까‘ 하다 맞기에는 비가 많이 내려 걸음을 다시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러서 우산을 들고 나오니 약속 시간이 빠듯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땐 버스도 말썽이다. 한참 동안이나 버스는 올 줄 모른다. 겨우 버스를 타니 그새 비가 그친다. 허무함이 몰려온다. 그대로 약속 장소에 갔다면 여유로웠을 것을.


약속시간에 늦지는 않았지만, 버스를 기다리며 동동거린 탓에 기쁜 마음대신 피로함이 몰려왔다. 어느샌가 ‘왜 하필’이라는 생각이 들더니, 기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럴 때 나는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왜 그럴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나 마음을 고달프게 한다. 나는 언제쯤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될까. 넉넉한 마음을 갖는 건 나에겐 아직 어려운 일이라 비좁은 마음을 가진 나는 한동안 울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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