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시간은 의미 없다

by 박수민

오래된 것에 마음을 주는 편이다. 사용한 대로 질이 들어 익숙한 것이 좋다. 여기저기 손때는 묻었지만, 나의 흔적이 스며들어 정겹다. 새로워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손에 익은 것들을 더 자주 찾게 된다.


물건도 그렇지만, 곁에 오래 함께한 사람은 더 귀하다. 생활은 달라져도 어린 시절을 거쳐, 서로의 성장을 지켜봤으니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여겼다. 그런데 어쩌면 시간은 의미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곁에 머물렀나 보다 서로에게 얼마나 더 마음을 내어주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오래 했기에 ‘이해해 주겠지’ 하고 허물없이 대하던 행동이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말 안 해도 알아주겠지’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 쌓인 오해들이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두텁다. ‘무엇이 서운하다’ 말하는 것이 어색해져 버린 사이는 조금씩 미묘하게 균열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오래 함께했지만, 이제는 경조사 때만 만나게 된 사람도 있다.


반면 알게 된 지 몇 년이 채 안 됐지만, 서로 마음을 살피는 관계도 있다. 만날 때면 회사생활은 어떤지, 저번에 하던 일은 어떻게 됐는지 살뜰히 마음을 살피는 사람도 있다. 서로 이 관계가 참 귀하다 하는 사람들. 시간을 쌓을수록 배려를 함께 쌓는 관계가 건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오래 알아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소중한 친구도 있지만, 오래 했다고 사이가 농익는 것은 또 아닌 것 같다. 결국 서로에게 얼마나 마음을 내어주느냐가 시간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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