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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도 온기가 필요해

by 박수민

나는 예민하다. 잘 웃고 밝은 편이라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몸에 닿는 감촉, 코 끝은 스치는 향,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은 물론 타인의 말과 행동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차라리 까칠했다면 좋았을 것을, 예민한 주제에 평화주의자다. "내가 예민한 거겠지"가 기본값이라 날 선 상대에 말도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흐물흐물 넘어가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마음이 물 먹은 솜처럼 한 없이 무거워져 갔다. 눈물로 쥐어짜보고, 볕 좋은 날 바싹 말려도 봐도 마음이 눅눅해져만 갔다. 그래서 시작한 내 마음 돌보기! 아직 낯설기도 하고 바다의 파도처럼 요동치는 감정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자기 전 짧게나마 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울적할 때면 왜 그런지 가만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며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다. 다른 사람을 살피듯이 내 마음은 어떤지, 무엇이 힘들었고, 어떤 게 좋았는지 찬찬히 살피다 보니 조금씩 내 마음도 뽀송뽀송해지고 있다. 때로는 누군가의 위로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더 필요하니까.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매일 #500자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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