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후 쌀쌀하지만 오랜만에 쾌청한 하늘을 자랑하던 월요일 아침. 친구는 내게 사진을 보내온다. 직접 만든 에그샌드위치와 좋아하는 분홍색 텀블러를 든 자신의 손이 담긴 사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뒤이어 또 다른 사진이 날아든다. 대화창 가득 진한 분홍빛 꽃잎이 활짝 피었다. 보자마자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회사 앞에 있는 내가 제일 예뻐하는 나무야” 친구가 설명을 덧붙인다. 사진으로만 봐도 탐스럽게 핀 매화꽃의 마음이 동했는데, 실제로 보면 예뻐할 수밖에 없겠지.
친구는 좋아하는 나무 아래 앉아 에그샌드위치와 커피를 먹는다고 했다. 별것 아닌 아침이지만 꽃나무 아래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그 자체로 낭만이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을 보며 친구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그리고 그 행복을 나에게도 전해준 듯하다. 고맙고 다정한 사람. 덕분에 월요일 아침을 꽃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봄이 시작할 때쯤이면 나무의 새싹을, 봄이 한창일 때는 이렇게 활짝 핀 꽃을, 여름날에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가을에는 주로 산속 풍경을, 겨울에는 눈 쌓은 거리를 보내온다. 덕분에 난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 살면서도 매년 눈을 볼 수 있다.
그런 친구와 꽤 오랜 계절을 함께 하면서도 나는 친구만큼 계절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친구가 “꽃이 흐드러지게 폈어” 하면 그제야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럼 어김없이 내 곁에 봄이 성큼 다가온다. 덕분에 난 점점 짧아져가는 봄과 가을 그리고 여름 겨울 사계절 놓치지 않고 모두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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