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요?

by 박수민

평소 좋아하는 에디터가 모집하는 에세이 공모전에 출품했다. 쓰고 싶은 글만 실컷 쓰다가 양식에 맞춰 쓰려니 어렵고 어려웠다. 첫 줄을 쓰는 것부터 막막했다. 쓰려고 하면 할수록 빈 화면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디선가 영감이 떠오르겠지 하면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이것저것 해봐도 글은 잘 써지지 않았다. '에잇'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선작이 발표되면 뒤늦게 후회하며 '한번 넣어라도 볼걸'할지 모르기에.


써지지는 않는 원고를 붙들고 우선은 썼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가 나를 괴롭히는 순간, 그래도 해야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잘하고 싶은 거면, 분명 나는 글 쓰는 걸 자체를 좋아하는 거다. 한 친구는 매일 글을 쓰는 나에게 말했다.

"너 그거 언제 끝나?"

"뭐가?"

"글 쓴다는 거 그거?"

나는 글이라는 것을 끝을 정해두고 쓰는 게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끝내야 할 무언가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무언가를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 내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았다.


나이가 들면서 딱 하나 좋은 건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조금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모든 걸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고, 때로 함께 일 때보다 홀로일 때 더 행복하다는 것도 안다. 친구가 엄청 좋았을 때도 있고, 지금도 친구들을 아끼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이다. 나와 잘 지내는 게 여러 친구를 두는 것보다 유용하고 행복하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래서 돈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게 글쓰기라는 것도 좋다. 어느 날에는 내가 마구잡이로 써놓은 글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싶지만, 그만큼 내 생각이 자랐구나 그래서 내 과거가 부끄럽구나 하고 생각하면 또 견딜만하다. '이 모든 것들이 쌓여서 나는 더 단단해지겠지'하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좋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여전히 좋은 글쓰기를 나는 꾸준히 할 거다. '무언가가 될 거야', '무엇을 해낼 거야'라는 마음보다 그저 단순히 좋아서 하는 것이 때로 더 멋지니까.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꾸준히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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