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 빠진 조카를 보며 드는 생각

by 박수민

앞니가 두 개 빠진 조카는 새는 발음으로 열심히 요즘 본인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온통 아이의 이에 눈길이 갔다. 조잘조잘거리는 자그마한 입 사이로 휑한 앞니 자리가 보였다. 쉬지 않고 말하는 아이의 입을 오랫동안 보며 성장에 대해 생각했다.


볼 때마다 한 뼘씩 자라나는 아이는 말하는 주제도 바뀌었다.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짝꿍 이야기였다가 좋아하는 캐릭터 이야기였다가 이제는 즐겨보는 유튜브채널 이야기와 야구 이야기를 번갈아 한다. 커지는 키만큼 관심사도 다양해지는 모양이다. 아이가 보여준 유튜브채널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지만,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이가 귀여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이는 알까 실은 그 유튜브 채널이 나의 취향이 아니라는 걸. 투명한 눈을 가진 아이는 어쩜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가 빠진 아이는 사진을 찍을 때 활짝 웃었는데, 손을 가리지 않아 더 귀여웠다. 그때만 볼 수 있는 모습. 다 자란 후에 그 사진을 보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도 내 휴대전화 속에 담긴 몇 년 전 자기 사진을 보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몰랐던 아이의 속내를 들으며 추억을 덧입힌다.

성인이 된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다 문득 슬퍼졌다. ‘아이가 크면 나는…’ 아이는 점점 자라고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간다.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건 신비롭고 새롭지만, 내가 나이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좋은 것보다 싫은 게 많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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