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까

by 박수민

그런 나날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기분. 이유 모를 무기력이 발끝에 매달렸다. 벗어나려 하면 더 빠져드는 늪처럼,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누워서 천장을 보는 순간을 하루 중 가장 기다렸다. 내 안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손에 쥔 모래알처럼 다 새나가 버렸다. 꾸준히 하던 글쓰기도, 뙤약볕에도 빠지지 않던 필라테스도 모두 다 멈췄다.

그러다 번뜩 필라테스 정기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떠올랐다. 필라테스가 재밌다기보다 지불한 비용이 아까웠다. 자리에 누워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겨우 몸을 일으켰다. 창밖의 비는 거셌지만, 일어난 김에 나서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 오는 날도 후덥지근했는데, 오늘은 선선했다. 시원한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맞으니 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 찰박거리는 물웅덩이도, 우산을 써도 조금씩 젖는 바짓단도 선선한 바람 덕분에 모두 다 괜찮았다.

오랜만에 하는 필라테스 동작은 더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마에 맺히는 땀은 보람을 안겨줬다. 필라테스가 끝나고 나면 하루 체력을 다 끌어 쓴 것 같은 기분이지만, 해냈다는 마음은 얼마간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다수의 직장인이 그렇듯 출근하기 전부터 퇴근을 바라며, 퍼붓는 비를 우산 하나로 막았다. 그러고는 내 마음을 지켜줄 작은 우산도 하나 남몰래 펼쳐 쓰고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재즈 선율을 들으며, 잠깐이나마 드라이브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버스가 정차하자, 다시 현실. 발을 디디며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앞니 빠진 조카를 보며 드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