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애틋함
한때 친하게 지내던 직장 상사가 있었다. 이제는 그녀를 떠올리는 날이 거의 없지만 1년 정도를 매일 보고 부대끼며 살았다. 내 뒤에 앉은 그녀는 종종 자기 자리로 불러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어느 날은 잡다한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앉은 우리는 마음에도 적정 거리를 유지했다. 가까운 듯했지만, 철저하게 멀었다. 우리의 친분은 오직 직장 내에서만 유효했다.
내가 회사를 관두는 날 그녀는 내게 책과 편지를 건넸다.
"동생으로 삼아줄 테니 밖에서 보자.”
못다 한 말이 참 많으니 밖에서 만나자는 애정이 듬뿍 담긴 편지였다. 돌이켜보면 함께할 때 참 무수한 일들이 있었고 그만큼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녀와 내가 왜 언니 동생 사이로 이어지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따져보자면 타이밍 때문인듯하다. 회사를 관둘 때 나는 무척이나 지쳐있었고 회사와 관련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 꽤 오래 이어졌고 그렇게 나와 그녀는 멀어졌다.
그녀가 내 일상에서 까맣게 잊혔을 때 문득 집어 든 책이 그녀를 다시 추억하게 했다. 그녀에게서 받은 책이 아니었는데 책 속에는 그녀가 남긴 쪽지가 꽂혀 있었다. 아마도 잃어버지 않으려고 읽고 있던 책에 끼워둔 모양이다. 그렇게 책은 그녀의 마음을 품은 채로 색이 바래져 있었다. 요즘은 책이 바래는 일이 드문데 유독 그 책만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책표지인 초록과 더 잘 어울리게 변했네 따위의 생각하며 그녀를 추억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그녀는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그리고 퇴근길에도 한 잔을 마셨다. 차에는 항상 마시던 커피가 꽂혀있었다. 그 많은 커피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자는 그녀였기에 커피를 줄이지 않고 계속 계속 마셨다.
쪽지 하나로 그녀를 그리워하는 나지만, 나는 아마 그녀에게 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추억 속에 우리는 친밀했고 소중한 순간을 나누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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