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알람

by 박수민

휴가가 끝난 아침, 집안이 분주하다. 울릴 일 없던 알람이 6시가 되자 어서 일어나라고 성화다. 정작 6시에 눈을 떠야 하는 내 짝꿍은 모른 척 눈을 감더니 그것도 잠시 이내 웅얼웅얼 거리며 일어나 앉는다. 딱히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 듯해서 나도 “네네” 건성으로 대답한다. 힘겹게 앉아있는 모양새를 보니 내려앉는 눈꺼풀보다 현실의 무게가 더 무거운가 보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일어나지 말고, 더 자요”라며 백수와 프리랜서 그 중간쯤을 왔다 갔다 하는 나에게 다정히 말을 건넨다. 그러고는 “내 작업복이랑 출입증 어딨어요?”라고 묻는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라고 톡 쏘는 말이 반사적으로 나올 뻔했지만, 상냥한 아내의 가면을 쓰고 “찾아볼게요~씻어요”라며 이른 시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을 위로한다. 이 순간 그는 남편이 아닌 휴가가 끝나 슬픈 ‘직장인 K’다.


K를 대신해서 옷가지를 살펴보는데 그가 찾는 작업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것과 비슷한 옷을 찾아놓고 가방에서 출입증 카드를 찾는다. 놀랍게도 직장인 K의 가방에선 업무와 상관없는 것만 잔뜩 나온다. 악력이 준 것 같다며 구입한 악력기, 끊겠다 끊겠다 다짐해 놓고 두어 개피씩 피워대는 담배, 아주 오랫동안 갇혀 지낸 듯한 편지 한 통이 전부다. 그 바쁜 와중에도 나는 그 편지에 관심이 갔다. 분명 내가 준 적 없는 낡은 편지.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남편의 인기척을 살피며 슬쩍 봉투를 열어본다. 발신인은 남편의 매형, 남자가 보낸 편지에 흥미를 잃고 도로 접어 넣는다. 단출한 소지품을 보며 K가 왜 백팩을 고집할까 잠깐 궁금했다.


K도 내가 찾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는지 칫솔을 물고 나와 상황을 살핀다. 그러더니 내가 방금 살펴본 그 백팩에서 출입증을 찾아낸다. “내가 볼 땐 분명 없었는데”하며 머쓱한 마음에 거실을 어슬렁거리는 날 보며 “들어가서 자요”라고 남편으로 돌아온 K가 말한다. 난 그제야 침대에 누워 열린 문틈 사이로 왔다 갔다 출근 준비하는 남편을 눈으로 배웅한다. “잘 다녀와요”라고 말하는 내게 일어나지 말고 더 자라던 남편은 오늘도 아침잠을 다 쫓은 후에야 해맑게 손을 흔들며 “저녁에 봐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출근한다. 참으로 다정한 알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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