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난 후 함께 커피를 마시던 중 동료가 나에게 말했다. “너 처음 봤을 때 생각난다.” 나는 그녀가 느낀 내 첫인상이 어땠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도저히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동경하는 사람일수록 나의 처음이 어땠는지 묻기가 어렵다. 좋았으려나 아니면 어리바리하다고 느꼈을까. 홀로 짐작하며 가만히 얼굴만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좋았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좋으면서도 ‘어떤 게 좋았던 거지?’라고 마음속으로 궁금증이 피어올랐지만, 커피와 함께 말을 삼켰다. 좋다는 말 뒤에 다른 어떤 말을 더 붙이기가 싫었던 거다.
내 첫인상 어땠어?
이중적인 마음이 불쑥 뜰 때가 있다. 궁금한데 알고 싶지 않다거나, 하기 싫은데 막상 하면 재밌을 것 같다거나 하는 짓궂은 감정들. 그 감정들을 투명히 바라보고 있으면 용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대부분이다. 용기는 어떻게 하면 생기는 걸까. 어딘가에서 본 것처럼 두 눈을 질끈 감거나 주먹을 불끈 쥐면 생기는 걸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나로서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건 웬만한 용기 가지고는 택도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둔감해질 때나 무심히 툭 “내 첫인상 어땠어?”라고 물어볼 수 있겠다. 그런 나라도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첫인상이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때도 동경하는 그녀에게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아, 친한 언니한테 물어봤었다. “언니 내 첫인상은 어땠어?”, “별로 특별할 게 없었는데, 워낙 바쁘기도 했고…” 아마도 내 첫인상은 기억에 남을만한 게 없었나 보다.
몇 해가 지났어도 유난히 첫인상이 또렷하게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나는데, 곱슬기가 있는 나는 찰랑거리는 긴 머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면접에서 긴장한 나에게 커피를 건네주고는 긴 머리를 날리며 등을 돌리던 동료의 모습이 어쩐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가까워진 후로는 찰랑이던 머리를 슬쩍 만져보곤 했다. 그 동료가 가끔 앞에서 걸을 때면 '맞아 그때도 저렇게 걸었었지' 하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 동료가 머리를 짧게 잘랐을 때 아쉽고 또 아쉬웠다. 내 머리도 아니면서.
처음 만난 모습은 또렷하거나 기억나지 않지만 내 곁에서 그녀들은 아주 오래 머물러주었다. 잊을 수 없을 만큼 시간을 함께했기에 이제와 첫인상이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드문드문이라도 서로의 일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 가끔 그녀가 보내오는 내 사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낯설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