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불 수 있어요?

by 박수민

막내 조카가 유치원을 졸업한다. 슬그머니 곁에 와 앉더니 자기가 졸업하는 날에 뭐하는지 묻는다. 이 꼬마가 왜 묻는지 이유를 알면서도 “왜”라고 물어본다. 그러자 “그날 제 유치원 졸업식이거든요. 초대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말하고 있는 아이를 보자니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직 말랑한 볼을 슬쩍 만져본다. '얼른 온다고 말해요'라는 독촉의 눈빛을 보내온다. 대답 대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연필이나 공책 같은 거 사러 갈래?”라고 했더니 “아니요. 연필이랑 공책은 필요 없어요”라고 칼 같이 답한다. 왜 필요 없는지 묻자, 그거 있으면 공부를 해야 한단다. 유치원에서도 대답하면 더 시킬까 봐 말을 아낀다는 못 말리는 녀석이다.



휘파람 불 수 있어요?


아직 공부에 대한 열의는 없지만 마음먹은 게 있으면 꼭 해내는 아이다. 어디서 휘파람 소리를 듣고는 저녁 내내 "휘파람 불 수 있냐"며 쫓아다녔다. 나는 휘파람을 불지 못한다. 애석하게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휘파람을 불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더니 잘 때까지 침을 여기저기 튀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홀쭉해지는 볼이 귀여워 그대로 보고 있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다시 만났을 때 놀랍게도 휘파람을 아주 잘 불었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면서 잘한다고 칭찬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박수까지 치며 잘한다고 해주었더니 씨익 웃어 보인다. 역시 귀엽다.


자라나는 조카를 보고 있으면 못하던 걸 하나씩 하나씩 잘해나가는 걸 보게 된다. 서툴렀던 젓가락질이 어느새 익숙해지고, 삐뚤빼뚤 했던 종이접기를 반듯하게 하고, 하늘하늘거리던 글자체가 반듯반듯해진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뭉클해진다. 나는 그 아이의 성장의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자라나는 아이를 보는 건 언제나 경이롭다. 잘 안 된다고 금세 포기하지 않고 조금 못난 학이 되더라도 큼지막하게 이름을 써서 자기가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그것을 보며 과정이 중요함을 다시 느낀다. 서툴러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해낸다. 곁에 있는 누나, 삼촌, 숙모가 얼마나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하는 동안 스스로 즐겁고 재밌으면 된다. 새로운 것을 대하는 아이의 마음에는 배울 점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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