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재밌는 거 안 해요?”라는 지인의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내 일상을 돌아봤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일기를 쓰고(나는 아침에 생각나는 대로 일기를 쓴다. 밤에 투덜거림 있다면 아침에는 오늘 할 일에 대한 부담과 기대가 있다.) 거실에 나와 물을 한 잔 마신다. 그리고는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본다.
휴대전화를 들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때면 텔레비전보다는 노래를 튼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유튜브에서 추천해 주는 노래를 듣는다. 어떤 날은 파리의 밤으로 초대하거나 런던의 한 커피숍, 그것도 아니면 힙한 카페로 나를 데려간다. 그 음악은 취향에 맞기도 맞지 않기도 해서 소리를 조금 줄인 채 듣는다.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그것도 음악인 양 듣는다. 아무런 노력 없이 여기저기로 갈 수 있으니 광고 한 두 개쯤은 들을 마음이 있다. 그렇게 노래를 듣다가 일이 있는 날이면 음악을 끄고 일을 하거나 한가로운 날이면 행복을 찾아 떠난다.
요즘 뭐 재밌는 거 안 해요?
행복은 주로 내 손 끝에서 발견된다. OTT 켜놓고 어떤 콘텐츠가 재밌을지 꼼꼼히 살핀다. 이 한 번의 선택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일주일에 걸친 나의 행복을 보장함으로 아주 신중히 작품을 살핀다. 그날의 기분도 콘텐츠를 고르는 데 한몫한다. 액션, 범죄, 코미디, 멜로까지 두루두루 살피고 나면 하나쯤은 보고 싶은 게 생긴다. 시리즈물은 완결이 된 것을 선호하는데 하루 한 편씩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마치 하루 한 시간은 행복이 보장된 기분이랄까.
지인과 사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요즘 빠진 OTT 프로그램으로 대화가 흘러갔다. 요즘 보고 있는 프로그램까지 겹쳐 한참을 말하다 보니 다른 볼거리는 없는지 대화 주제가 번졌다. 볼거리가 하나 가득인데 보고 싶은 건 한 두 개에 그친다며 'OTT를 더 구독해야 행복의 확률을 높이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러지 않기로 했다. 하나가 아닌 여러 채널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하면 그 시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하루 종일 보는 것으로만 행복을 채우게 될 것 같았다. 프리랜서지만 일은 있고, 일이 없는 날이라도 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루틴을 지켜야 했다.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 그리고 가끔이지만 걷는 재미도 느껴야 했으니까.
보는 것에만 시간을 쏟지 않기 위해 도서관에 가면 어떨까 싶었다. 지인은 요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고 온다고 했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 (자신만의 속도를 꾸준히 지키며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약속시간도 늘 10분씩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고, 매일 계획한 것을 차근차근 옮기는 성실한 사람이기에 그녀가 그들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에 어떤 불씨가 자라고 있구나, 그 불씨가 어디로 옮겨 붙을지 궁금할 뿐. 우리는 곧잘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항상 답이 없고 오늘의 날씨처럼 변하는 거라 그날의 마음은 그렇구나 하고 서로의 앞날을 응원한다. 뭘 해도 잘할 거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