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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걱정하는 마음

by 박수민

다섯 번째 이야기 [2024. 1. 23. 월]


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메시지 하나. 이른 시간에 올 리 없는 연락에 어리둥절하며 메시지를 확인한다. 발신인은 엄마. 어제부터 심상치 않은 추위에 딸의 출근길이 걱정되어 보낸 메시지다. 독립해서 지내는데도 엄마는 마치 출근하는 나를 배웅하는 것처럼 소소한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날씨가 많이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장갑도 끼고 바람 한 점 새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꽁꽁 싸매고 출근하라는 당부의 말들. 다 큰 어른에게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니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인다. 그런 엄마의 메시지를 따스한 이불속에서 읽자니 마음까지 따뜻해져 옴을 느끼며 다시 잠을 청했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메시지에 잔소리한다며 투덜대기는커녕 오히려 뭉클함이 몰려왔다. 출근길 혹여나 딸이 추울까 염려돼서 당부의 말을 하나 가득 늘어놓으셨다. 엄마는 평소 메시지를 길게 보내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나 다정하고 친절하다.


함께 살 때는 엄마의 그 친절함이 불편한 적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글하고 따뜻한 물부터 마셔라", "비 온다니 우산 챙겨가라", "계단 오르내릴 때는 주머니에서 손 빼라" 등 엄마의 당부의 말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다 큰 성인이지만 엄마한테만은 나는 아직도 어린애인지 어린이에게 할 법한 말들을 매일매일 했다. 그럴 때마다 "응"이라는 대답대신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버럭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러면서 가끔 예기치 못한 비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 왜 오늘 우산 들고 가라고 말 안 했어?"라고 물었다. 그럼 엄마는 대꾸하는 대신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관심을 주면 싫다고 하고,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내버려 두면 “왜 챙겨주지 않았느냐”고 성화니 나처럼 왔다 갔다 하는 딸을 키우느라 고생 많았을 엄마아빠다.


하루는 아빠가 하나둘 보이는 엄마의 흰머리를 보며 "내가 속을 썩여서 흰머리가 생기나"라고 안타까워하셨다고 한다. 그 말은 전해 들은 나는 엄마의 흰머리를 생기게 한 또 다른 주범이었기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 있었다. 엄마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희생적인 엄마였다. 가족을 위해 늘 양보하고 희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라고 못된 마음을 품었다. 나 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살피는 것, 나의 작은 마음으로는 아직도 어렵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엄마의 그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으리라는 걸. 자주 아프고 변덕스러운 나는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건강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어느 날 추위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엄마아빠에게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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