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2024. 1. 22. 월]
출근할 때마다 들르는 커피숍이 있다. 나는 주로 카페라테를 마시는데, 어느 날은 차가웠다, 어느 날은 따뜻했다 커피의 온도만 달라질 뿐 메뉴는 바뀌지 않는다. 잘 바뀌지 않는 커피 취향처럼 커피숍도 한 곳만 가는데 맛에 예민해서라기보다 회사 1층에 있는 커피숍을 그냥 이용한다. 게다가 다른 커피숍의 커피잔을 들고 그곳을 지나가기도 어쩐지 민망스럽기도 하다.
하루는 평소처럼 카페라테를 주문해서 출근했더니 그날따라 커피가 너무 싱거웠다. 커피가 덜 들어간 건지, 우유가 많이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지만, 평소 마시던 커피맛이 아니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한 번쯤은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갔는데 싱거운 커피를 마시게 되는 빈도 수가 점점 늘어났다. 커피맛이 싱겁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몇 번 다른 커피숍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그곳이라 다시 들르게 됐다. 그런데도 커피는 여전히 싱거웠다. 어느 날은 우유를 적게 넣어달라고도 해봤는데, 싱거운 커피는 여전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 끝에 사장님께 커피가 싱겁다고 말하기로 했다. 몇 번의 고민 끝에 말했는데 사장님은 너무 쿨하게 그렇게 느끼시면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 뒤 이유를 알려주셨지만, 사장님의 쿨함에 묻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용기 내서 커피가 싱겁다고 말한 후로는 한 번도 싱거운 커피를 마신 적 없다. 출근할 때마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이 매일 커피숍 찾는다. 평소처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디저트가 새로 나왔는지, 사장님은 커피와 디저트를 하나 주신다. "커피랑 같이 드시면 맛있을 거예요"라는 다정한 인사와 함께.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덕분에 사장님이 건넨 마음이 달콤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