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2024. 1. 19. 금]
새해가 되니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게 된다. 평소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해도 연락하는 일이 잘 없다. '잘 지내겠지' 생각하고 마는 편이다. 그런 나지만, 새해에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연락해 안녕과 복을 빌어준다.
해가 바뀌면서 자주 떠오른 한 사람이 있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의지를 많이 했던 터라 가끔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녀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부산에 자리 잡은 후 처음 다닌 회사의 동료였다. 부산도 낯설었지만, 부산의 직장문화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채 떠돌 때 나를 잡아준 사람이었다.
친절했고, 일도 잘했다. 밀려드는 업무에 허덕일 때 선뜻 손을 내밀어주기도 했기에 오래오래 고마운 마음이 남았다. 그녀와는 팀도 다르고 자리도 멀어 마주칠 일이 없었다. 같은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함께 일할 기회가 생겼다. 일에 대한 열의가 있어서 항상 열심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누군가는 그 열정이 부담스럽다고도 했지만, 나는 일을 위한 일이니 괜찮았다. 일을 하면서 종종 늦게 마칠 때도 있었고, 마음이 다치는 날도 더러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퇴근길에 커피 쿠폰을 보내왔다. 나를 토닥이는 그녀만의 방법이었다.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할 때도 곁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 사람이다. 조언의 끝에는 항상 '조금 더 같이 일해보자'로 귀결됐지만, 너무 힘들어하는 나를 보자 결국 잡은 손을 놓아주며 안녕을 빌어주던 사람이었다. 고마운 마음이 이렇게나 깊은데 연락하는 것이 쉽지 않다. 회사를 나온 후에도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그때마다 그녀를 나의 복귀를 원했고, 나는 한 번도 그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거절을 자꾸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부채감이 생겼나 보다.
건강히 잘 지내느냐고 연락하지 못해도 나는 언제나 그녀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 버튼을 눌러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대신 오늘도 마음으로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