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2024. 1. 24. 수]
한 남자아이가 학원을 나오며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방금 마쳤어"하고 말하는 중에 한 여자아이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여자아이와 친구 사이인지 남자아이는 "엄마 끊을게"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수화기너머로 엄마의 당황스러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아이는 신이 나 여자아이 곁으로 성금 다가갔다.
앞을 보며 걷는 여자아이와 달리 남자아이는 고개를 여자아이 쪽으로 돌린 채 걸었다. 동그랗게 살이 오른 볼이 위로 올라가 있는 걸 보니 웃고 있나 보다. 뭐가 그리 좋은지 남자아이의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엄마한테는 세상 무뚝뚝하더니 같은 아이가 맞나 싶다. 둘은 한참 나란히 걷더니 다른 학원으로 함께 들어갔다.
여자아이만 보는 남자아이가 혹 넘어질까 걱정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안 보고도 길을 아주 잘 안다는 듯이 여자아이에게 다정한 눈 맞춤을 하며 걸었다. 여자아이는 마음을 표현하는 게 부끄러운 것인지, 아니면 남자아이에 대한 마음이 없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걷는 내내 앞만 보고 걸었다. 그 곁에선 남자아이가 자기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걸 알 텐데 앞만 보며 걸었다. 그 곁에 남자아이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을 때 헤실헤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남자아이를 보고 있자니,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남자 조카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이랑 짝꿍을 하고 싶은데, 같은 반이 아니라며 한껏 풀이 죽어 말했다. 그 아이는 조카가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는 아이였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인데, 우리 조카는 그 친구를 따라다니면서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그런데 같은 반이 되지 않자 속상하다는 거였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있고 싶고 보고 싶은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