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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화 Jul 16. 2022

친절했던 주한영국대사관 2등 참사관

토머치 토커

  “영국에 가면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할 겁니다. ‘가족들은 어디에 계시나요?’, ‘북한에서 혼자 왔나요?’, ‘비틀즈를 왜 좋아하세요?’, 비틀즈가 좋다면 왜 좋은지, 멜로디가 좋은지, 가사가 좋은지, 영감을 주었는지, 어떤 점이 가슴에 와 닿았는지 등의 질문들이요.” 

  “저는 가사는 해석하지 않습니다. 예술은 예술로 족하니까요.” 

  “비틀즈가 왜 좋은지를 물었을 때 ‘I like Beatles because of melody.’ 이렇게 간단하게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탈북학생들이 주한영국대사관 참사관님과의 만남에서 오간 대화들이다.     

  

  본격적인 영국방문에 앞서서 영국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나는 영국을 한 번 다녀왔지만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는데다가 탈북청년들은 영국방문이 처음이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영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국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판단하여 주한영국대사관에 요청했는데 대사관에서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당시 주한영국대사관에서는 다른 대사관에 비해 탈북학생들에게 유독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영어교육 프로그램과 대사관 인턴 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인턴 십에서 우수한 학생들은 대사관이나 언론사에 인턴도 알선했다. 또한 영국에 있는 현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알게 된 한 탈북학생은 이 장학프로그램으로 영국 유수대학에서 1년간 유학을 다녀왔다. 

  

  그 학생과는 지금 생각해도 놀라웠던 일화가 있었다. 하루는 생방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약속했는데 방송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가 도착하지 않아 초조했다. 프로그램에 마지막 코너여서 비상음악으로라도 마무리하려고 노래 한곡을 내보내고 있을 때 그가 도착했다. 나는 바로 음악을 내리고 부랴부랴 그를 스튜디오에 밀어놓고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하고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방송이 끝난 후 사연을 들어보니 이전 시간 세미나가 제 시간에 끝나지 않는 바람에 생방 약속 시간에 늦어지는 것 같아 퀵오토바이를 타고 방송국에 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택배가 일상화되어 있지만 10여년전만해도 퀵서비스가 대세였다. 그때 나는 ‘이 학생이야말로 대단한 학생이구나!’ 라고 여겼다. 당시 탈북인들과 방송약속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약속을 어기는 일을 여러 번 경험한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니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서 퀵오토바이를 타고 왔다는 것에 나는 무척 놀랐다. 퀵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일반택시를 타는 것보다 빠르다는 걸을 아는 것도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 것처럼 기발했고, 약속을 지켜준 것도 고마웠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은 여기에 잘 맞는 속담인 것 같다. 아참, 그는 한국에 정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을 먼저 샀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운 청년이었는데 영국 유학을 마친 후 북한의 개발을 돕는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등 지금도 조용히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주한영국대사관 관계자의 만남에는 홍보를 담당하시는 제니홍 선생님께서 정치 분야 참사관님을 모시고 여의도를 방문해 주셨고 하나재단 관계자도 동석했으며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양한 질문들을 퍼부으며 영국에 대한 사전 지식을 쌓았다.


    참사관님은 일단 정부부처인 외교부 소속이어서 그런지 영국 행정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영국 정부기관들은 국회의사당과 가까이 있습니다. 영국은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에 총선 다수당이 수상이 됩니다. 수상 집무실은 국회의사당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바로 옆 건물이 재무부, 그 옆이 외무부 건물이에요. 외무부 건물은 200년이나 된 오래된 건물이어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습니다. 그래도 건물은 진짜 고풍스럽죠. 런던 시내를 관통하는 템스 강도 국회의사당 옆에 있는데 템스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돌다보면 영국이 수십 세기에 걸쳐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비틀스 취재팀과 참사관님의 대화이다.

  취재진 : 혹시 비틀스는 영국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참사관 : 2012년인 지난해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셨다시피 폴 메카트니는 영국음악의 중심입니다. 여왕 즉위 60년 행사 일환으로 버킹검 궁전 앞 야외공연장에서 큰 음악 콘서트도 열렸는데 거기서도 폴 메카트니가 공연했습니다. 비틀스는 70년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나 후(WHO) 등과 같은 시기에 활동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그들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델(Adele)이나 에밀리 산데(Emily Sandé) 등 여러 후배 가수들도 비틀스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금 영국의 젊은 가수들이 기타를 메고 사랑에 대해, 연인에 대해, 자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비틀즈로부터 영감 받았다고 볼 수 있죠. 비틀스는 영국 음악계와 세계 음악계에 영향을 미쳤고 음악세계에 혁명을 불러왔습니다. 우리는 락 음악이 런던에서부터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사람들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얘기하는데.......저는 비틀즈 음악을 엄청 좋아합니다. 특히 막내아들이 12살인데 비틀즈 음악에 빠져 있습니다.      

  참사관 : 이번에 리버풀을 방문하시나요? 리버풀에 가면 비틀즈 박물관과 비틀즈 구성원들 생가나 그들이 어린 시절 자랐던 집이 있는데 그곳을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모두 노동자 출신입니다. 공장 노동자들이요. 리버풀에는 머지(Mersey)라는 큰 강이 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머지 강을 지나면서 존 레논이나 폴 메카트니의 향기를 느껴보세요. 런던에서 리버풀 가는 여정은 서울에서 부산가는 정도 거리입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시골풍경입니다.    


  취재진 : 영국의 펍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참사관 : 영국에는 펍(PUP)이라는 선술집이 있습니다. 비틀즈 구성원들도 이 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음악에 대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영국에 가시면 꼭 펍에 가서 그분들과 교감을 나눠보시기를 권합니다. 비틀스는 젊었을 때 이 펍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을 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삶이 거기에 녹아 있어요. 펍에서 유명한 맥주도 한번 맛보세요. 요즘은 밴드들이 펍에서 공연하는 일이 드물지만 그 당시만 하드래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꼭 밴드들이 펍에서 연주 했습니다. 아마 비틀스 맴버들도 초창기 학생이었기 때문에 펍에서 공연하면서 그들의 꿈을 키워 나갔을 겁니다. 옛날에는 펍에서 담배도 많이 피워서 담배연기가 펍 안에 가득했습니다.     

 

 취재진 : 영국에서 먹어볼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참사관 : 영국음식하면 한국음식에 비해 덜 맵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습니다. 영국에서는 Fish and Chips가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회를 날것으로 즐기는데 영국에서는 생선을  Fried해서 먹는데 그 음식이 바로 Fish and Chips입니다. 또한 영국은 상당히 국제화된 도시여서 런던에 가면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등 전 세계 음식을 다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음식들이 영국 음식으로 착각할 정도예요. 특히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 60년대에 대량 이민을 받아서 인도나 파키스탄의 음식문화도 그대로 영국으로 전수되어 카레 등 인도나 파키스탄 음식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 : 영국의 대중교통은 어떻습니까?

  참사관 : 영국의 대중교통요금은 한국에 비해 훨씬 비쌉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이스터(Oyster)카드를 이용하면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쓰고 남은 금액은 돌려주어요. 공항에서 사서 나올 때 환급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내에서는 걸어다는 것이 편해요. 국회의사당이나 정부종합 청사 다 걸어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템스 강에서 유람선을 탈 수도 있고, 비틀즈의 영감을 받은 박물관도 있고, 셰익스피어 공연을 하는 곳도 있고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 같은 공연도 직접 볼 수 있고요.     

  취재진 : 영국에도 실력 있는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는지요?

  참사관 : 영국에도 한국에 ‘코리아 갓 탤런트’ 처럼 음악가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실력 있는 음악가들을 많이 발굴했죠. 보이밴드인 원 디렉션도 바로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출한 밴드입니다. 원 디렉션은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 시즌7’에 5명 각자가 솔로로 참가해서 전부 중간에 탈락했는데 이들을 눈여겨본 심사위원이 이들 5명을 한 그룹으로 묶어 한번이 기회를 더 주면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밴드입니다. 런던에도 예술학교가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예술학교, 영화 <Fame>에 등장하는 예술학교 같은 학교가 런던에도 있습니다. 아델이나 에이미 같은 유명한 가수들도 그 학교에서 배출됐습니다. 

원 디렉션은 2010년대를 대표하는 보이 밴드로 우리가 영국비틀즈 취재를 갔던 2013년 당시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그룹이었다.     

  

  취재진 : 끝으로 영국 비틀즈 취재를 가는 탈북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참사관 : 이번 영국 방문에서 무엇이 영국을 Great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건축물 특히 런던 건축물들을 자세히 보기를 권합니다. 영국은 민주주의나 자유언론이 태동한 국가입니다. 그러니 이번 경험이 통일한국에서 여러분이 민주주의와 자유의 이념과 가치를 심어나가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영국을 다녀온 후 영어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비틀스는 50여년이 된 음악가지만 아직까지도 영국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는 음악가입니다. 비틀스 음악을 여러분이 좋아하는 이유도 비틀스가 노래하는 자유나 사랑이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영국현지 적응을 위한 영어연습과 참사관님과 탈북학생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전공이 뭐예요?”

  “정치외교학과요.”

  “뭐가 되고 싶은가요?”

  “정치 분야 기자가 되고 싶어요. 특히 북한관련해서요.”

  “런던에서도 북한관련 이슈가 많아요.”

  “저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영국은 1950년대 나이팅게일로 아주 유명한 나랍니다. 간호사나 의사의 역할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죠. 2차 대전 당시 이분들의 공로가 아주 컸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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