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슘 Oct 15. 2024

연애의 온도

 약 17년 전 20대 후반의 젊음이 만나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연애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뭐라 그럴까요? 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진짜 미지근한 연애였습니다.


 처음만 그랬냐고요? 아니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어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가 딱 그 연애의 온도였습니다.


 이전까지 연애는 열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불꽃이 팍팍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랑 말고 다른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애가 어떤 연애냐고요? '참숯'같은 연애요. 불타서 사라져 버리는 연애가 아닌, 은근히 오래 지속되는 '숯불' 같은 연애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말 그대로 저에게 새로운 연애를 알려준 그분은 ‘전 남자 친구’라고 씁니다. 그리고 ‘현 남편’이라고 읽지요. 네~ 제게 새로운 사랑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현재의 제 남편입니다.

 

 저랑 남편은 반대의 성향이 많아요. 저는 목소리도 크고 액션도 커요. 그런데 남편은 조곤조곤 목소리도 작고, 액션도 작아요. 저는 모든 표현이 즉각적이고 많은 데 반해 남편은 표현도 조금씩 스며들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화르르 타는 불꽃같다면 남편은 정말 숯불 같은 사람이에요.


 참숯 같은 사람을 만나 숯불 같은 연애를 해 보니 안정적이고 편안한 맛이 있어요. 그냥 은근해요. 그리고 은은하게 스며요.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훈연처럼 오래도록 향이 간직되면서 풍미를 살려주는 그런 느낌이에요.


 가끔 저처럼 연애 혹은 사랑은 뜨겁고 열정 가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자신의 사랑이 미지근하고 심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미지근한 연애도 나름 괜찮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뜨뜻미지근해도 괜찮아요. 그런 사랑도 나름 좋아요.


 은근히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사랑도 사랑입니다. 그러니 현재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2화 예방접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