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예방접종을 맞았습니다. 이제는 눈치가 빤해져서 병원 입구에서부터 울기 시작해, 주사를 맞으면서는 정말 숨도 안 쉬고 울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병에서 조금은 안전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든든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예방접종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도 예방접종 주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조금은 엉뚱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삶에도 예방접종이 있다면 어떤 주사를 맞고 싶으세요?
저는 ‘첫 육아 안심 예방접종’, ‘사람 잃음 상처 감소 예방접종’이 맞고 싶습니다.
저의 첫 육아는 정말 ‘안달복달’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어느 것 하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간 일이 없었습니다.
매사 불안했고, 모든 것들이 크게 느껴져 항상 예민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첫 육아 안심 예방접종’이 있다면 ‘육아 면역력’이 길러져 조금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육아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 막내를 키우면서 느끼는 재미를 그때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또 하나는 언제나 적응이 어렵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잃는 일’에 대한 예방접종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는 좁아지고, 새로 사귀는 사람의 숫자보다 있던 관계가 끊어져나가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의 삶이 바빠서, 지인의 삶이 바빠서 혹은 삶의 방향이 달라져서... 어떤 이유에서건 멀어지는 일은 너무나 쉽게 찾아옵니다.
관계란 것이 한 번 멀어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힘이 듭니다. 관계가 깨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과 상처는 매번 반복하지만, 매번 아픕니다. 그래서 ‘사람 잃음 상처 감소 예방접종’은 독감 주사처럼 매해 주기적으로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떠나도 조금은 덜 아프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어떤 예방접종이 있으면 좋을까요? ‘좌절 감소 예방접종’. ‘실연의 아픔 감소 예방접종’, ‘배신감 감소 예방접종’ 등등...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아픔에 대한 예방접종이 있었으면, 그래서 그런 일들에 면역력이 길러진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보는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