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께 최근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평생을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 쉼표도 없이 살아오신 할머니께 치매는 자신도, 가족도 모두 잊을 수 있는 쉼의 시간 같습니다.
사실 할머니는 자신의 치매를 무서워하셨습니다. 쉬어가는 그 시간이 쉼이 아닌 '잃음'의 시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쉬어가는 오늘이 사실은 잃어가는 오늘임을 알아서 일 겁니다.
할머니의 쉼은 새로운 날의 시작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더욱 불안하고 무서우셨을 겁니다. 할머니의 새로운 매일은 잃어가는 매일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들의 쉼은 조금 다릅니다.
할머니의 쉼이 잃어가는 시간이라면 우리의 쉼은 채워가는 시간입니다.
우리들의 쉼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쉼표가 될 수도, 잃음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겐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선택할 '기회'가 있습니다.
쉼의 시간이 길어져서 자책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기회를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잃음의 시간으로 보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뭔가를 채워갈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으신가요?
지금 겪고 있는 쉼의 시간이 잘 비우고, 비워진 만큼 잘 채우는 기회의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