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싸움 #6

칸트, 모든 인식은 틀을 통해 성립한다

by 오세용

철학자들은 각자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각자가 닿을 수 있는 끝을 보려 한 것 같은데, 그들이 문제의 끝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철학인 것 같다. 주제는 무척 다양한데, '앓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등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주제다.


덕분에 각 주제를 풀어낸 철학을 따라가는 것 자체도 벅차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를 한 번 읽어본다고 해서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 생각한다.


칸트는 <생각의싸움>에서 소개하는 여섯 번째 철학자인데, 칸트의 철학을 읽자니, 그래서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있고, 끝을 향해 얼마나 다가갔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이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철학자가 되고 싶지도 않지만, 적어도 내 인생을 이해하는, 설계하는, 실천하는 스스로를 위한 철학자는 되고 싶다.


유독 칸트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이 어떻게 '인식'을 하느냐의 문제인데, 여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이기도 했고, 이는 어쩌면 칸트의 말처럼 '지성'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ScreenCapture 2019-10-13 오후 3.47.00.png 칸트를 이해하려면 지력이 더 필요하다. / 네이버 웹툰 열렙전사


"감성이 없으면 대상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성이 없으면 대상은 도무지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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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에 관한 '감성'이 없어 생각해본 적 없었고, 지성이 없어 이해할 수 없었다. 라고 말하면 조금은 칸트의 이야기를 이해한 것일까?


내 이야기


칸트 파트에서는 내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이번 달이 지나면, 나는 사회인으로 만 8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개발자로, 창업자로, 기자로 커리어를 보냈는데, 적어도 내 경험 내에서 개발은 논리요, 비즈니스는 명분이었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논리를 뒷받침하는 도구였고, 비즈니스 기술은 명분을 찾는 스킬일 뿐이었다. 내가 자잘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비즈니스 기술에 애쓰지 않은 이유다.


"경험과 더불어 시작한다. 즉 오감이 세계와 만날 때 지식이 시작한다는 겁니다."


지식을 만들려면,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이 공감한다. 어쩌면 내가 아등바등 사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바라는 것을, 내가 따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별히 열정이 넘쳐서도, 미래지향적이어서도 아닌 그저 더 나은 것을 경험했기에 그것을 현실로 당기고 싶기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성은 감성을 통해 들어오는 재료를 개념화합니다."


아쉽지만 많은 경험이 모두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재료로 무언가 만들기 위해서 '지성'이 필요하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은 '지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늘 조급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내 부족한 지성으로 인해 경험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랄까?


책을 소비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우는 책을 이용해 내 어딘가를 긁는 편이다. 평소 내 고민일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어떤 부분일 수도 있다. 내가 이미 충분히 긁은 부분이라면, 별점을 낮게 주는 편이다. <생각의싸움>은 내가 그동안 생각지 못한 부분을 '벅벅' 긁는다. 별생각 없이 손톱이 스쳤는데, 가렵다는 촉감을 그제야 느껴 긁기 시작했달까? 긁다 보니 피가 나도록 벅벅 긁었고, 그제야 모기에 물린 것을 깨달았달까?


독하기로 유명한 아디다스 모기에 물려놓고, 왜 인제야 깨달았는지... 그래서 물파스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는 나른한 일요일 오후다.


생각의 싸움 종합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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