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망이 이야기
오레오를 미국으로 보낸 후 내 삶은 다시 게으른 이전으로 돌아갔다. 아침 산책을 위해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었고 비 오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눈치 게임할 걱정도 없었다. 저녁시간이 길게 느껴졌고 주말엔 마음 편히 교외에 나가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러던 중 온라인 카페에서 까망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까망이는 바로 오레오의 모견이다.
까망이는 파주 야당동의 한 동네에서 발견된 강아지 무리들 중 한 마리였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구조되었지만 까망이는 사람에 대한 엄청난 경계심 때문에 쉽게 구조되지 못했다. 온갖 구조 방법에도 잡을 수 없었던 까망이는 그동안 여러 번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다. 결국 젖먹이 새끼들로 유인해 햇수로 3년 만에 어렵게 구조되었다. 그 과정에서 낳은 아이 중 하나가 바로 오레오다.
구조된 까망이의 건강은 역시나 집에서 보살핌 받는 다른 반려견들과 다르게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심장 사상충 치료가 필요한 아이였기에 병원에서 지내며 젖먹이 새끼들을 보살폈고 모두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 다행히 심장 사상충 치료를 잘 견뎠지만 아이들마저 또다시 곁에서 사라지자 돌발 입질이 생겼고 더욱 경계가 심해진 까망이는 임시보호도 입양도 쉽지 않아 보호단체 스텝들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나와 여자 친구는 까망이의 과거 스토리를 찾아가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장 임시보호를 할 것처럼 이야기하다가도 신중해야 한다며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까망이는 오레오처럼 어린아이가 아닌 성견이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절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양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평생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결론이었다. 이러한 많은 부정적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망이를 보호하고 싶은 이유는 오레오의 엄마라는 사실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은 이미 이 아이를 데리고 오자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임시보호 신청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며칠 후 어쩌면 우리보다 더 많은 고민했을 보호단체 매니저의 연락과 함께 임시보호 승인이 났고 병원에서 바로 까망이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우려했던 대로 까망이는 며칠간 거실 켄넬에서 나오지 않고 오가는 나와 여자친구를 경계했다. 우리가 잠들었을 때 밥을 먹었고 대소변도 오랫동안 참았다 싸곤 했다. 만지기 위해서는 울타리를 치고 구석으로 몰아야 했고 손을 가까이하면 물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난 후 입질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가까이 오길 거부했고 조그만 행동과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까망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람의 손을 타본 아이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길 생활 중 누군가의 괴롭힘이나 사고가 있었는지 걸을 때 뒷다리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의 손길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간을 단축하고자 다른 강아지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그 아이가 바로 영옥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