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은 늦깎이 대학생으로 나보다 1년 후배면서 나이는 한 살 많던 H형. 다른 한 명은 대학 동기 J. 둘의 공통점은 내 연애사에 큰 가르침을 줬다는 것이다.
한 번은 H형이 5살 어린 여자 후배에게 대시했다가 거절 당한 적이 있었다. 위로라도 할 요량으로 괜찮냐고 말을 건넸다가 돌아온 대답에 깜짝 놀랐다.
괜찮아. 그 친구랑 평생 사랑할 거니까
H형은 고백한 후배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평생 서로 좋아할 거니까 지금 잠시 거절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솔직히 '어디서 헛소리야?'라고생각을 했었다. 몇 개월 뒤, H형은 자신했던 대로 그 친구와 연인이 됐다.
대학 동기 J. 사투리가 심했던 그 친구는 무뚝뚝하고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얼굴도 새까맣고 그리 잘 생기지 않았던 J는 고백하는 여자들에게 족족 차였다. 동기들은 J에게 '축구공'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J는 자신이 한 여자에게 가장 많이 차여본 게 스무 번이라고 했다. 스물 한 번을 고백해서 결국 사귀게 되었다는 무용담(?)도 들려줬다. 스무 번 차이는 동안 좌절하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J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게 어딨노? 좋아하면 그냥 들이대는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H형과 J 모두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 사람이 결국자신의 연인이 될 것이라는 믿음. 중간중간의 거절은 흘러가는 과정이라는 신념.
'더 해빙' 이란 책을 읽는 내내 H형과 J가 생각났다. 저자는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Having의 비밀을 '긍정의 힘'이라 설명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고,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을 믿는 것. The Having.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보고서 반이나 차 '있음'을 볼 것인지, 반이 비어서 '없음'을 볼 것인지에 따라 삶의 행복은 결정된다. 물이 더 채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런 믿음이 없으면 물을 더 채우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며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긍정의 힘'은 식상할 만큼 많이 들어왔던 얘기다. 하지만 왼쪽 발등 골절로 한 달 넘게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내게는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난생처음 해보는 깁스로 한 달 넘겨 병가를 냈다. 일견 내 일상은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한쪽 발을 사용 못하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변 하나 보는 것도 어정쩡한 자세로 낑낑대야 해결할 수 있었다. '해빙'을 읽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양쪽 발을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 멀쩡한 오른쪽 다리가 너무 고마웠다. 한쪽 다리가 멀쩡하게 '있음'으로불편하지만 혼자서 화장실도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충만하게' 느껴졌다.
미세먼지가 오고서야 맑은 공기의 귀중함을 알게 됐다.'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창궐로 마스크 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얼굴을 맞댄 채 밥 먹을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미 갖고 있지만 공기처럼 지각하지 못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을 것이다. 실패를 통해 좌절을 겪고 있거나,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불행들이 자신이 가진 결핍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분이 있다면 뻔한 '긍정' 이야기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더 해빙'의 일독을 권한다.
H형과 J는 자신들이 '더 해빙'이라는 대우주의 원리 속에서 여자 친구를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