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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에 성공했다, 오버

8살 쌍둥이가 첫 분리수거에 성공했다.

by 오늘도 생각남
아이들 손 잔근육 좀 키워주셔야겠어요.


쌍둥이들이 6살 무렵, 아이들 발달검사 결과 상담을 하는데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성장에는 문제가 없는데 손 잔근육 발달이 부족하다고. 종이 접기나 가위질처럼 손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많이 시켜야 한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이야기에 나는 조금 놀랐다. 블록이나 큰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미세하게 손을 움직이는 활동은 확실히 적게하고 있었다. 아빠 때문이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아빠가 대신해주는 것들이 많았다. 종이접기, 가위질 모두 아빠의 몫이었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아빠가 많이 놀아주는 것(해주는 것) 아이들과의 유대감 형성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 생각이 짧았구나' 하는 반성이 됐다.


그 이후 아이들이 종이 접기와 가위질을 스스로 하도록 했지만 마음 약한 아빠는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이내 도와주곤 했다.


며칠 전 발등 골절로 깁스를 한 나. 아이들과 잘 놀아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도 늘어났다. 그중 하나가 양치질. 아이들이 구석구석 닦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아빠가 대신 닦아주고 있었다. 두 손 놓고 가만히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제까지 대신 닦아줘야 하나 하는 막연한 고민이 들기는 했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양치질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생각보다 꼼꼼했다. 위아래로, 양 옆으로, 어금니를 닦고 혀를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아빠가 해 준 것을 기억하고 아빠가 하던 모습을 성공적으로 흉내 낼 줄 알았다. '할 수 있는 데 내가 막고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수거 날이 되었다. 다리 다친 핑계로 집안일을 못 도와주고 있던 나는 집안 일도 할 겸 아이들 교육도 할 겸 아이들과 함께 분리수거를 해보기로 했다.

건아, 준아 아빠 분리수거 좀 도와줄래?


페트병, 종이, 비닐로 구분된 쓰레기봉투들을 아이들에게 아파트 앞 분리수거 장소가 갖다 놓도록 했다. 둥이는 싫은 내색 없이 아빠 부탁을 잘 들어줬다. 그렇게 아이들은 '첫 분리수거'를 무사히 마쳤다. 시켜놓고 보니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첫 분리(수거)에 성공한 8살 둥이들
분리(수거)에 성공했다, 오버


아이들은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나였다. '독립성' 있는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 독립의 시기와 방법은 내 맘대로였던 것이다.


자립성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줄까'를 고민했었다. 잘못된 질문이었다. '무엇을 덜 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 부모가 해 줄 일은 인내를 갖고서 아이들은 지켜봐 주는 것이다. 넘어진 아이가 걱정된다고 일으켜 세워 버릇하면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는 습관을 기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이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는 단 분리를 해야 한다. 연료통을 분리하고 몸체와 분리하면서 로켓은 목적지인 우주에 도달하게 된다. 품 안의 아이들을 이제 슬슬 분리시켜야겠다.

아빠도 이만 분리하겠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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