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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울림 Jul 22. 2020

#.3

주간 <임울림>

장마철은 역시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어김없이 출근을 했다. 공황 증세 비슷한 것이 도져서 사람들을 만나러 갈 때면 커피를 스무 사발이나 들이켠 것처럼 가슴이 뛴다.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차라리 불쾌하다고 봐야겠지.


천안에 있는 친한 형에게 전화해서 투덜거렸다.


형, 나 못해먹겠어. /왜? / 내가 하는 게 맞는 건지, 새로운 걸 하려니 두렵고 답답해. /  그럴 때일수록 결단이 필요한 법이지. / 결단? / 응, 존버-하거나 뭔가 결정을 내릴 때라는 거지.


맞다, 이도 저도 않게 끙끙거릴 바에 차라리 지금에 최선을 다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게 낫다.

그러곤 좀 걸었다. 우산을 쓰고 한 걸음씩. 가끔 쓸쓸할 때는 군중 속에 숨어 버리는 데, 그 이유란 내 발자국이 금방 지워지기 때문이다. 가죽 신발에 물이 들어왔다. 그래도 한 걸음씩. 골목골목을. 그러다가 2층 바이닐 카페에 첫 손님으로 올라와 음악을 듣고 턱을 괴고 앉았다. 차가운 거 말고 따순 놈으로 한 잔 시키고 청승 좀 떨어본다.


턴테이블이 돌아간다. 스피커에서 판튀는 소리가 들린다. 레코드판은 제자리를 도는 데 음악은 매번 달리 나온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은 돌아보지 못한 것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되리라. 오늘의 음악처럼.


그렇게 다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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