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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울림 Aug 24. 2020

#.6

주간 <임울림>

누군가 환자의 마음을 알약을 잔뜩 싣고 가다 눈밭에 엎어진 기차로 표현했더랬다.


이번 호 에디터를 맡은 나는 쏟아지는 잠을 참고 새벽과 친밀히 지낸 대가로 레일에서 탈주한 기차처럼 뻗어버렸다.


서둘러 출근하는 아침이 피범벅이 돼 버렸고, 갑자기 쏟아진 피에 코를 막고자 손이 분주했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대중교통에 올랐으며, 그 와중에도 회사 근처에 맛있는 밥집이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어쩌면 나의 이 욱하는 성질 때문에 유혈사태가 일어났을지도. 오늘 보양식을 먹고 싶었는데...)


여하튼 생이 서른 해를 거듭하기 이전에는 도무지 이런 일은 생각할 수 없었을 터,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배분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고ㅡ억울한 감정이 먼저ㅡ어쩐지 시큰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활동에 제약을 받아 답답하기만 했는데, 나보고 쉬어가라는 게 아닐까 하고 합리화를 해본다. 나아가지 않는다고 불안해하는 것도 일종의 질병일 것이다.


이번 에디터를 마치고 나면 더위가 기세를 죽일 것이라 믿는다.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돌을 굴려 정상에 올려두고 나는 고대하던 가을 휴가를 떠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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