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린 Jan 15. 2022

왜 이별할 때에야 알게 될까.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오전 8시부터 이사 짐을 포장한다. 이사 가기 전 이 곳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간단한 일정을 계획했다. 둘째 아이 예방접종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새로운 곳에서 다시 빌려보기로 하고 반납했다. 요즘 빌리는 책들은 주로 살림(비우는 것)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정리정돈은 어떻게 하는지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는 지 물건을 어떻게 비워나가는 지. 이제 새로 회원증을 발급받아야 할 것 같다. 작은 도서관이라 책이 많지는 않지만 아쉬울 때는 이만한 곳도 없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소한 추억이 곳곳 스며들어 있다.      




마트에 들러 간식 이것저것 구입 후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아봤다. 이 곳은 군인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잠깐(6개월에서 10개월 여) 거주하는 일종의 타운 개념이다. 빌라 형식의 건물이 굉장히 많이 자리 잡고 있고 군인을 위한 상가, 스포츠 센터, 동사무소, 독서실, 도서관, 커피숍, 문화센터, 가정의원, 한의원, 약국, 학원 등이 구비되어 있다. 바로 가까이 어린이집에서부터 중학교까지 있으니 오죽하면 이 안에서 거의 모든 것들이 다 가능하다고 할까.      


지어진 지 오래되어서 아파트도 상가 건물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나의 경우 어린 아이들 놀리기에는 적당했다. 자동차 도로에서 30이상의 속력을 내면 안 되고 출퇴근 시간 외에는 차가 있지도 않아서 호기심 많은 아들이 갑자기 뛰어들어도 놀랠 일이 적었다. 집 베란다에서 바로 보이는 인라인 스케이트장에서도 추억이 한 가득이다. 첫째 아이는 자전거를 배우고 킥보드도 타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곤 했는데 이 넓은 공간에서 아이를 원 없이 뛰어놀게 한 점이 잘한 일 같다.      


갖은 일상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조용한 단지를 걸으며 산책했다. 바로 뒤에 산이 있어서 안락하고 좋았는데 겨울에는 찬바람이 일 때가 많아 잘 걷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했다. 걷기 운동을 하기에 이 아파트 단지는 딱 이었다. 역시, 있을 땐 모르더니만 가려고 하니 머물렀던 곳의 장점이 더 많이 보인다. 거리에 있는 나무들에서 만개할 조짐이 보이는 꽃봉오리들이 한 가득이다. 목련이며, 벚꽃이며, 연두 빛 싹을 틔우는 이름 모를 싱그러운 나무들까지. 올 때는 여름에 왔는데 벌써 봄이구나. 따뜻한 날에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 지역에 살았을 때 알았던 군인가족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몇 년 만에 만나 반갑다 했었는데 이제 또 다시 작별인사를 하게 됐다. 서로 이사 다니다 보면 언젠가 또 인연 되어 마주칠 수 있지 않겠냐며 직접 빵을 사들고 찾아와 주셨다. 어디 가서도 이런저런 고민 생기면 언제든 연락주시란다. 사람과의 인연이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이렇게 직접 챙겨주시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힘을 얻기도 한다.      





새로 이사 할 아파트의 설계도를 부탁해서 받아봤다. 지어진 지 4년 정도 밖에 안 되어서 그런지 아파트의 상태가 기대 이상이다. 지금보다 평수도 더 넓어져서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다. 사택에서의 생활은 세 번째인데 큰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요리도 인테리어도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챙기고 삶의 패턴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가면서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 곳에서의 일상이 새로운 곳에서도 잘 연결되기를. 



이미지출처. Unsplash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군악대장, 남편은 무슨 일을 하냐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