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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an 16. 2022

일상 루틴,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새로운 지역에서 살아본다는 것은 이사로 인한 체력 소진이 크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펼쳐지고, 어떠한 추억을 만들어갈까.     


새로운 우리 집은 8층으로 위치가 적당해서 마음에 든다. 확장형 아파트의 유리창 너머에는 작고 아담한 집들과 빌라들이 있어 멀리 있는 산들과 맞닿아 있는 하늘까지 한눈에 보인다. 지어진지 3년 정도 된 사택은 아이들의 놀이방, 침실, 신랑의 공간(영화방)을 지정해 주고 거실은 서재처럼 꾸몄다. 나의 비밀스러운 공간은 주방 한편에 자리 잡았는데 거실 너머의 풍경이 고스란히 한눈에 잡힌다.      


버리고 올 것은 죄다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사하고 보니 또다시 버릴 것투성이다. 지나간 자료들, 안 보는 잡지나 책들, 더 이상 입을 일이 없는 신랑의 옷들. 거기에 버리기 아까워 보관함으로 사용하던 한 칸짜리 책꽂이까지. 버리자니 막상 고민되긴 했지만 하나하나 나사를 빼 분리수거함에 버리고 오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이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때 그때 필요 없는 것들은 최대한 버리고 간소한 것들로만 심플하게 살고 싶다. 수납공간에는 채울 것만이 아니라 비어 있는 것으로도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      


아이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곳으로 부대에서 운영.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 어린이집까지 2분도   걸린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안심도 되고 부대에서 운영하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교육과 문화를 접할  있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 단지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모래도 때마다 검증 절차를 친다니 안심하고 놀이를   .  체험도 종종 있다고 하니 동적인 에너지의 우리 아이에게  맞을  같다.      


가족, 공간 . 이사한 집을 정돈함과 동시에 지역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있는 주요 행정기구들을 둘러봐둬야 한다. 잘한다는 병원, 도서관, 동사무소, 우체국이나 은행 . 직접 발품 팔아서 급할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동선을 그려본다. 자세히 알고 싶어 안내 관광지도종류별로 챙겨 왔다.  고장과 연고지가 전혀 없는 나는 이런 안내 플랫폼과 인터넷 정보 서치가 필수다. 차로 대략 15 정도  나가면 오일 시장, 체육관, 문화예술회관, 보건소 등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는 시민 아카데미라고 해서 유명한 명사들의 강연이 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는데 고퀄리티 공연이 죄다 무료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서 회원증도 만들었다.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회원증이 시별로 생기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그간 만든 회원증만 챙겨도 벌써 열 장이 넘어간다. 소박한 읍이라 생각했는데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이나 문화생활이 어느 대도시 못지않다. 오히려 소도시이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좋다.      


군 사택인 만큼 아파트 몇 라인에는 어느 집이 살고 어떤 집은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소소하게 들린다. 아줌마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게 들리는 데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나는 관계를 맺으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조절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몇 동 몇 호 커피 모임에 가지도 않을 것이고 수다 삼매경에 빠지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글을 쓰면서 나만의 언어로 삶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이사 온 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표로 나만의 고유한 색깔의 삶을 계속해서 진행해 봐야겠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많지 않도록. 아직 어린아이들, 남편,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응원해본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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