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아, 저는 군인가족이에요’ 라고 하면 단번에 듣는 소리가 몇 개 있다. 이사, 이동, 계급, 육아와 학교 등등.
그 중에 꼭 들어있는 질문 하나. ‘어머, 군인가족이시면 막, 김치 담그러 다니시고 그러세요?’
음, 여전히 김치 문제는 나오는구나. 처음 결혼할 때도 비슷한 질문으로 시작했었지, 하며 추억을 거닐다 보니 이제는 우스갯소리로 들린다. 한편으론 군인가족임에도 자유하게 살아왔는데, 타인의 인식은 ‘김치’에서
한치 오차도 변함없이 그대로 임을 알 수 있다. 여전히 군인가족이라면 ‘사모님’이 존재하고 ‘김치 담그기’가 문화일거라는 짐작을 갖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인식은 변함없이 박혀있을까.
어쩌면 정말로 존재했을지 모를 ‘갑질’을, 잘못된 거라 대응도 못하고 그저 이렇게 사는 게 여기 분위기이자 군인 아내 문화라고 따랐을 여성들의 삶이 흘러간다. 영화 ‘인간중독’에서 보인 조여정 역이 또 그랬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나들이를 하고 수다를 떤다. 남편 진급을 위해 봉사를 하고
남편 진급이 아내의 열정적인 내조가 있어야 한다고 그려졌고 남편의 성공이 아내의 성공이 되던 시절.
자신의 직업이 아님에도 남편의 직급대로 서열이 되고 대장 사모님의 기분을 언짢게 해 단번에 들은 말이
바로 ‘김치 좀 담가줘, 혼자서 담글 수 있지’아니었던가. 순간 싫다는 말도 못하고 얼굴이 굳던 여성의 표정이
군인 가족 전체의 면이 되어 앞에 선다. 단번에 비집고 튀어나온 장면이 하필 그 장면일까. 오죽하면 억울하고 속 상하는 일이 많아 남편 장군 시키는 게 성공이라고 했을까.
순수함으로 종교 봉사를 시작했을 때도 남편의 이름과 계급과 직급은 등 뒤에 따라 다녔다.
누구의 가족입니다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누구의 가족인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점도 만연하고,
계급의 높고 낮음을 가늠하는 것. 종교의 믿음이라는 것 역시 서열 높은 누군가가 있어야
모이고 모이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계급을 내세우고 어떤 이는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
‘군인가족’이라는 키워드에는 다양한 감정이 붙는다. 낮은 계급이라서 서러움, 높은 계급이라서 갑질, 서열에 따른 피해의식과 자부심, 부대에서 보는 사람들을 집 앞에서도 마주쳐야 하는 괴로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뒤에서는 불편함과 어색함. 외로움과 고립감과 단절감. 사회생활. 충직한 그러나 속을 알 수 없는,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아이러니 등. 옳고 그름이 아니라,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그저 여기 분위기가 그렇다.
‘아휴, 요즘 시대에 그러면 인터넷에 바로 글 올라와요, 그런 사람 없고 김치 담가 본 적 없어요’라고 대답하고 가벼운 농담으로 넘긴다. 실제로도 불려간 적 없고 김치를 담가본 적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운하지 못한 건 서열이 있는 계급 분위기에 희석되어 있지 않나 싶은 건 있다. 상대적으로 더 무겁고 가볍고의 차이일 뿐. 윗 분 사모님 눈치는 보게 되고 감정 상하지 않을까 뱉는 말에 신경 쓰고 혹여나 나의 언행이 남편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하는 걸 보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다. 차라리 만날 일이 없다면 괜찮지만 아예 만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계급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