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원화실, 나는 어디에서 다시 피어나는가.

예술비타민

by 태린


그림책 『나의 명원화실』을 펼치면, 마치 오래된 문을 열고 한 사람의 내밀한 과거와 지금을 동시에 건너가는 느낌이 든다. 작은 화실, 오래된 물감 냄새, 빛이 기울며 그림자 사이로 떠오르는 기억들. 마치 딸랑하는 작은 풍경소리와 함께 화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만 같다. 설레임과 기대감이 있어 가는 길 내내 덩달아 두근거렸다. 명원화실은 단지 그림을 배우던 장소가 아니라, 한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도록 이끌어 준 온실 같다. 이 책은 그런 공간의 힘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림책 속 화실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은 매번 달라진 얼굴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의 설렘과 두려움, 성장하며 잃어버린 용기, 어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잠시 접어두었던 꿈의 조각들. 명원화실은 그 모든 시간을 품고 있는 장소다. 그림을 그리고, 색을 섞고, 실패한 종이를 구기며, 다시 빈 여백을 마주하는 순간들.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을 그릴 힘을 되찾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한 가지 질문에 오래 머물렀다.
‘나의 명원화실은 어디였을까?’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교실이나 향이 남아 있는 연습실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도시 외곽의 작은 방이나 어린 시절 뛰놀던 들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명원화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잠시 잊힐 뿐이다.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화려한 서사를 펼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화실의 시간이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어른이 된 우리는 스스로를 꾸미거나 감추는 데 더 익숙해져서, 진짜 마음에 깃든 색을 드러내는 데 서툴러진다. 그러나 명원화실의 풍경은 조용히 말한다.


“너의 색을 다시 섞어봐도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

“나는 언제나 여기 있어.”


이 문장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예술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가는 누구나 이 위로를 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삶은 선명한 선을 긋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번의 덧칠을 통해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일 테니 말이다.


『나의 명원화실』을 덮는 순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지금의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머문 자리들이 내 안에 어떤 온기를 남겼는지, 또 나는 어떤 장소를 통해 다시 꿈틀거렸는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를 다시 열어줄 ‘명원화실’은 어디에 있는지 조용히 묻게 된다. 어쩌면 그 화실은 물감과 붓이 있는 방이 아니라, 마음이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햇빛이 드는 오후의 창가, 나무 아래 벤치, 누군가와 나누는 따뜻한 대화, 혹은 나만의 침묵같은 것 말이다. 의식하지 않지만 언제나 내 주변 어딘가에 늘 있었던 시공간.


그림책은 이렇게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너에게도 그런 공간이 반드시 있다.”


어쩌면 명원화실은 장소를 넘어,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 아닐까. 그리고 그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우리가 단지, 그 문을 다시 열 용기만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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