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오뚝 Aug 27. 2021

프랑스어는 배우자다

20주년 특별판 제 2화  유튜버 본뉘님 인터뷰

https://brunch.co.kr/@otoutkim/54


이전 글에서 예고드린 바와같이, 프랑스어와의 인연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공 불문으로 살아남는 법'을 주제로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저 자신도 프랑스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저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 프랑스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활약하고 계신 분들에게 프랑스어가 어떤 의미인지, 또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대망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선정된 분은, 유튜버 '본뉘 (Bonne Nuit)'님 입니다.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 되기 전부터 '프랑스어'를 주제로 하는 유튜버가 있어서 저도 인상깊게 보아왔는데요, 같은 대학원 후배라는사실을 입수(?)하고, 인스타 DM으로 인터뷰 섭외에 나섰습니다.  


https://www.youtube.com/c/BonneNuit%EB%B3%B8%EB%89%98/featured


얼굴 한 번 본적없는 제가 선배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들이댄,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너무나 흔쾌히 응해 주셔서 정말이지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서면인터뷰 먼저 1차로 진행한뒤, 비대면으로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얼굴도 마음씨도 아름다운 본뉘님이 프랑스어와 함께 한 시간은 어땠는지,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자기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지금 하고 계신 일은 어떤 일인지도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어통번역사 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본뉘’라고 합니다. 

프랑스어, 프랑스문화 (동화, 드라마, 영화) 소개 + 프랑스어 VLOG 위주로 컨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6년째 채널 운영중이고 최근에는 신라면세점,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프랑스어와의 첫만남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프랑스어를 접하게 되셨고 배운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살 학부 1학년때 프랑스어와 처음 만났습니다.시작하게된 계기는 막연하게 프랑스어 발음이 예뻐서에요. LOVE ME IF YOU DARE 이라는 영화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의 프랑스어 발음을 듣고 반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영어는 제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다른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불문과에 입학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오히려 스페인어를 배울 기회도 있기는 했지만 프랑스어를 꼭 배워보고 싶었어요. 이후에 학부졸업후에는 워낙 코스메틱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프랑스 코스메틱 계열 회사에 다녔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일을 하다보니, 통/번역 업무들이 많이 주어졌어요. 그래서 좀 전문적으로 통/번역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프랑스어 공부한지 정확하게 11년-12년정도 됐습니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  프랑스어에 대한 편견이나 인식이 달라진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프랑스어를 배우기전에는 불어가 정말 아름답고 근사한 언어인데 막연히 배우기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관사, 남성 관사도 있고 숫자를 읽는 방식도 다르고.. 이 편견/인식은 달라지지 않고 팩트로 남았고요 (웃음). 

또 한가지는 제가 모국어가 영어/ 한국어라 불어 초급일때에는 영어와 비슷한 용어나 표현이 많아서 금방 배우겠다고 생각했는데 고급으로 갈수록 포자미 (faux amis :서로 발음이나 의미가 같거나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조합 특히 영어-프랑스어에서 비슷한듯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많은 편) 가 많아서 오히려 장애물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eventually (결국) – finalement / éventuellement (아마도)- possibly, potentially 이런 표현들처럼요. 



전공으로 프랑스어를 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해당 전공 선택 후 어떤 커리어 패스를 계획해셨고, 이후에 어떻게 이루어 지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프랑스어를 선택했는데, 프랑스어는 공부하면 할 수록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프랑스인들의 가치관, 사고방식, 프랑스 영화, 문화를 좋아해서 프랑스어도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오랫동안 공부한 것 같아요. 


학부 4학년때 우연히 좋은 기회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제일기획과 함께 런던 / 스위스 IOC 테크니컬 미팅, 스포츠 어코드에서 영어, 프랑스어 서브 통역으로 일하면서 통번역사의 꿈을 키웠고 졸업 후, 한 프랑스 코스메틱 회사 홍보과에 다녔는데 회사에서 조향사, 브랜드 CEO 통역, 번역만 시키더라고요.그래서 전문적으로 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외대통번역대학원에 (입시 1년하고) 들어갔어요. 

유튜브는 통번역대학원 재학중에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대 체질이라 마이크를 들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걸 좋아해서 30살되기전에 꼭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당시에 불어로 채널을 운영하는 한국인 유튜버가 거의 없어서 빠르게 기획해서 바로 시작했습니다. 


제 경험상, 통번역대학원을 다니면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힘들다기 보다는 집에서 부담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통번역대학원에서는 흔한일도 아니고 처음에는 오히려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저는 오히려 통/번역 보다는 특히 통역수업에서도 '연사'가 되는걸 더 좋아했거든요. 전 질문에서도 답변 드리기는 했지만 제가 평상시에 말이 많거나 활달한 성격은 또 아니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서는건 좋아했고, 이렇게 제가 무대체질인 점이 한 몫 한것 같습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일을 하시면서 막상 필드에 나와보니 이런게 다르더라, 혹은 이런게 좋았다 싶은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분야를 불어와 접목시킬 수 있었어요. 지금은 영상 제작 / 프랑스어 인터뷰, 행사 진행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럭셔리 산업 , 뷰티 산업말고도 IT, 광고,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미디어 산업에서도 다양한 일거리들이 있어요.  


필드에 나와보니 프랑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관련된 프로젝트도 많고요.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같이 준비되어 있어야 확실히 더 경쟁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프랑스어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이나, 

혹은 인생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인생의 1/3을 프랑스어와 함께 보내면서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조금 더 개방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각자의 다양성, 개성을 존중하고 모든 일을 여유롭게 대하고 대처하는 태도를 배운 것도 프랑스어, 프랑스 덕분이고요.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것도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도 모두 프랑스어 , 프랑스 ‘덕분’이에요. 


나에게 프랑스어란 _________다 

위 문장을 완성해 주시고, 이유를 함께 말씀해주세요.


배우자같은 존재다. 


저에게 유니크한 존재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안 보면 불안하고 오랫동안 보면 힘든 존재이기도 하고요. 내가 선택한거라 끝까지 책임지고 가는 존재이기도 하고 동시에 고맙고, 사랑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내가 아는 언어와 너무 달라서 맞춰가야하는 힘든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흔히들 프랑스어 통역사, 혹은 프랑스어 라고 하면 굉장히 화려한 삶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과 현실을 조율해 가는것이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본뉘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질문했었습니다. 이미 대학원때부터 유튜브를 운영해왔으니 프리랜서로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았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학원때 프랑스로 ESIT (프랑스통번역대학원) 특별과정을 듣고 오느라,  한국에 돌아와 실제로 졸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얼마간은 쉽지않은 기간들이 있었지만 얼마전부터는 일이 많이 들어오고 계시다고 하더라구요. 프랑스 브랜드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통번역사로 통번역일보다 오히려 미디어에 관련된 콜라보레이션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지난 6년이라는 기간동안 꾸준히 뿌려두었던 씨앗들이 이제 막 자라고 성장해서 꽃을 피우는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프랑스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렇게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본뉘'님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던 '본뉘'님이 또 어떤 컨텐츠를 보여주실지 기대하는 모습으로 앞으로의 도전도 응원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신 본뉘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 인터뷰 예고 : 20년 지기 S백화점 14년차 MD, J과의 만남이 이어집니다. 


이전 19화 프랑스어 하면 뭐가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