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북서클

흰/한강

2025-3 아름동북서클

by 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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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여러 책들 중 소설 "흰"이다. 회원 중 A는 2018년 저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매했는데 이미 3쇄였다고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전에는 한강 작가를 잘 몰랐었다.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으로 결정되었다는 뉴스가 터진 그날, 아파트단지 앞 편의점에서 아름동 북서클은 번개모임을 했다. M세대 B회원의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는 감자빈대떡까지 아들을 통해 배달했다. 꿀맛이었다. 신세대 부부는 남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입에 대지도 않던 맥주, 과자부스러기를 축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날 우리처럼 전국 각지에서 삼삼오오 모여 축하분위기를 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책 '흰'을 읽기 전 그날이 기억나서 북서클 단톡을 살펴보니 아직 사진들이 남아 있었다. 그중 빈대떡이 찍힌 사진으로 골랐다. 참 소박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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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2,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축하 모임; 참 소박하네요!>


그 후 아름동 북클럽 회원들은 틈만 나면 한강 작가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책을 구하기가 힘들어서인지 이제야 한강작가의 여러 책들 중 '흰'을 선정해서 읽게 되었다. 오늘 우리들에게 주어진 2시간이 부족했다.


[회원들끼리 가끔씩 사용하고 싶은 표현들]

저자는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작정한 후 흰 것에 대한 목록(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을 만든다. 이 목록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상에서 사용하고 싶은 표현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도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11쪽)

우린 고통의 시간을 표현할 때 '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이라고 표현해 보자고 했다.


수백 개의 깃털을 펼친 것처럼 천천히 낙하하는 눈송이들의 움직임(17쪽)

요즘 눈발이 날릴 때가 많다. 창문 밖을 내다보며 ' 한강 작가의 표현을 음미해 본다.


어떤 모국어 문장, 혹은 몇 개의 단어들이 불쑥 떠올라 혀밑에 고이기를(50쪽).

우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를 때, 이 표현을 써보자고 하면서 한 문장씩 읊었다.


눈송이가 성글게 흩날린다. 여기서 성글게는 많은 말들 앞의 수식어로 이미 쓰이고 있네.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 성글게 짜인 돗자리...

왠지 '성글게' 단어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이 대목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공감 백퍼라고 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 뺌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59쪽)

우리 회원들 중 몇몇은 진눈깨비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늘 아침부터 눈이 흩날리면서 질적 거리는데 진눈깨비가 오는 것이 이런 상황이냐고 묻는다. 60년대 10리(4킬로미터)를 걸어서 초등학교를 다닌 나는 추운 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날, 신발과 옷이 젖었던 옛날이 생각났다. 오싹함도 느껴졌다. 지금이야 흔한 것이 우산이지만, 그 당시 눈이 온다고 우산을 썼던 기억은 없다. 이 정도 경험을 했어야 저자가 진눈깨비를 힘든 삶에 비유한 것에 공감이 갈 것 같다.


하얗게 웃는다.(80쪽).

맑고 좋은 표정인가? 아니면 슬픔을 담은 웃음인가? 우리들의 의견도 각기 달랐다.


[언젠가는 나도]

지난해 기록을 전혀 하지 않은 영국에서의 2개월이 후회로 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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