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은 어디 있나요?
막장 드라마는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현실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드라마’를 의미합니다.
요즘 드라마들은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며 전개도 참 빠르기도 합니다. 물론 극본이 훌륭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대사로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도 많습니다만 주중 동시간대 드라마들의 전개는 참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하릴없어 켠 TV화면 한 가득 희번득거리는 눈빛에 속으로 ‘이게 머꼬?' 싶었는데 두 여자가 서로에게 질세라 독설을 뿜어냅니다. ‘에고~' 하면서 채널을 돌렸더니 이번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역시 격한 말과 흥분된 표정으로 비슷한 시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또 다시 채널을 돌렸지만 이 역시도 주인공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여 ‘거참’하며 꺼버렸습니다.
여기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구해주자 목숨을 구한 사슴은 나무꾼에게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효심 깊은 나무꾼은 어머님의 소원이 노총각인 자기가 장가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슴은 나무꾼에게 보름날 밤 연못에 가서 목욕하는 선녀들 중의 한 선녀의 옷을 감추라고 합니다. 옷이 없으면 하늘로 갈 수 없는 선녀는 나무꾼과 살게 될 것이라 하며 선녀가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 옷을 주면 안된다고 일러줍니다. 사슴의 말대로 한 나무꾼은 선녀와 살게 됩니다. 아이 둘을 낳고 살지만 여전히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는 선녀를 안타깝게 생각한 나무꾼은 사실을 말하게 되고 제발 날개옷을 한번만이라도 보자는 선녀의 말에 착한 나무꾼은 의심 없이 옷을 내어줍니다. 그러나 선녀는 옷을 보자 얼른 입어버리고는 두 아이를 양팔에 각각 안고서 하늘로 올라가 버립니다. 이에 상심한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나무꾼에게 다시 사슴이 나타나 아내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나무꾼은 사슴의 말대로 보름달이 뜨는 날 연못에 내려온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그리운 아내와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효심 깊은 나무꾼은 땅위에 두고 온 홀어머니가 늘 마음에 걸립니다. 이를 알아챈 선녀는 말을 한필 내어주고는 말에서 내려서는 하늘로 돌아올 수 없으니 그저 어머니를 뵙고만 오라고합니다. 말에서 내릴 수 없는 나무꾼은 말위에서 어머니와 애틋한 마음을 나눕니다. 먼 길 가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내민 죽 그릇이 뜨거웠던 나머지 나무꾼은 말 등에서 그릇을 놓쳐버리고 화들짝 놀란 말은 길길이 날뛰다가 나무꾼을 땅위로 내동댕이치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립니다. 다시는 하늘로 갈 수 없는 나무꾼은 하늘만 바라보며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고 맙니다. 그 후 수탉으로 태어난 나무꾼은 지붕위에 올라가 하늘만 바라보며 꼬끼오하며 운다고 합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전래동화이지만, 이 동화를 드라마로 각색하면 자기 머리는 못 깎는 사슴의 오지랖부터, 절도를 사주하고 절도를 자행하며, 오갈 곳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선녀를 납치(?)하는 치밀함과 정말 사랑했을까가 의심하게 하는 선녀의 배신과 가출 그리고, 어머니를 내버려두고 혼자 떠나는 패륜과 자식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뜨거운 죽을 주는 어머니의 마지막 한방까지 영락없는 한편의 막장드라마가 되고 맙니다. 요즘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의 범위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리만족에, 감정이입까지 게다가 빠르게 전개되는 드라마의 스피드함에 사람들은 점점 빠져듭니다. TV를 끄고 나면 말도 안되는 스토리 말고는 생각나는 것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광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성공과는 달리 막장드라마 같은 인생을 바라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입니다. 폭행과 폭언, 고소와 고발, 범행사주, 절도, 감금, 배신, 임신, 패륜, 가출 이런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소재들로 우리의 인생이 점철되어 진다면 어휴 생각만으로도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꿉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고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는 것이지만 진정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막장 드라마의 열풍에 삶에 대한 태도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뎌져 더 강하고 더 쎈 것을 원하게 될까 실은 걱정도 됩니다.
아름다운 동화로 읽혔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보기에 따라서 한편의 밑도 끝도 없는 드라마로 바뀔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사람의 감정에 대한 표현들이 이처럼 상반된 방법으로 통한다면 저는 막장이 아닌 이왕이면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드라마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