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은 없습니다만 Ep2
Ep2.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
저도 제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 게 군대 전역할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병장 때 썼던 일기가 있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대학교 학점을 잘 챙기고 자격증을 따서 회사에 들어가는 미래를 그렸더라고요.
그런 일기장의 내용과는 달리, 저는 1월에 전역을 해서 바로 복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역하자마자 개인제과점에 제빵사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군대 입대하기 전에 막연하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직업군이었거든요.
7개월 정도 일을 하게 되는데, 그중 3~4개월 차 까지는 정말 즐거웠어요. 그 당시 월급으로 130~140만 원 정도 받았고, 주 6일 아침 6:30 ~ 18:00까지, 그 너머까지 할 때도 많았고요.
제가 빵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최종 단계인 오븐을 보게 되는데 제 손을 거친 빵들이 매장에 이쁘게 진열되어 있는 게 기분이 좋아서 막 점심시간에 매장을 둘러보곤 했어요. 오늘 제품은 전반적으로 잘 굽혔는지, 어떤 게 잘나가는지 보면서요. 얼마나 일 자체가 즐거웠는지 한 달 치 봉급을 아예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근데 이게 참 시간이 지나면서 육체적으로 지치면서 매너리즘이 오더라고요. 그 당시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또 이 제빵사라는 직업에 스스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어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해 내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 이후 느낀 점 >
이때, 좀 생각이 많았어요. 이 당시 저는 그런 로망/환상이 있었는데 뭔가 내가 어떤 일(직업)을 할 때는 ‘주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일 자체가 주는 의미가 크고 보람이 있었으면 하는 로망이 있었어요.
그런 로망을 채워주는 줄 알았던 제빵사 직업이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던 거죠. 게다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스스로 물으면 게임하기/여자랑 놀기/맛있는 거 먹기 같은 원초적(?)인 것들 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기본 욕구들이 제 직업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누구나 인간이면 다 좋아하는 거니까.
< 그래서 하게 된 결심 >
그래서 23살의 제가 나름 결심을 한 것이
30살이 될 때까지 앞으로의 7년 동안, 내가 제빵사를 경험해 본 것처럼 최대한 많은 직업을 경험해 보고 30살이 됐을 때, 경험해 본 직업군 중에 상대적으로 가장 나에게 만족스러웠던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아가자는 결심이었죠.
< 친구의 의견 >
근데 제 친구가 저의 이야기를 듣고는, 세상에 수만 수십만 가지 직업이 있을 텐데 그렇게 접근해서
‘정말로 너가 좋아하는 일’, ‘너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반문을 했어요. 그러면서 덧대었던 말이 직업군을 최상위 가치로 두고 접근하지 말고, 어떤 추구하는 가치(이야기)를 최상위에 두고 접근하는 게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어요.
만약 너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고, 잘못된 인식이나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와 같은 가치(이야기)를 최상단에 두고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그 하위에 직업이 수단으로써 놓이게 될 거란 말이었죠. 예를 들어 역사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요. 그게 교사든 강사든. 또 역사와 관련된 컨텐츠를 만들거나, 혹은 그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를 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하고자 했던 말은 직업 종류를 최상위에 두지 말고, 너가 추가하는 가치를 최상위에 두고 앞으로 할 직업과 활동들을 모색해 보란 이야기였죠.
9년 전 이 이야기가 아직 생생히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저에게 인상이 깊었던 거죠. 그래서 그 이후로 직업 종류로 앞으로 뭘 하지?라는 생각을 접게 됐던 것 같아요.
< 돌고 돌아, 원점으로 >
최근에 코스모지나라는 유튜버를 통해서 핵심가치(Core value)를 기반으로 어떤 일을 하며 진로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Career path에 대한 영상을 보고 저도 따라서 적어 봤었거든요. 다시 생각해 보니 10년 전 제 친구가 저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코스모지나의 핵심 가치와 그에 따른 path(길)의 개념과 아주 흡사했어요. 어린 나인데도 참 생각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23살 때 그 친구의 이야기로 제 결심(직업을 최상위에 두는)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 상위의 나만의 핵심가치를 찾지는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32살인 지금 조금 더 정돈되고 다듬어진 career path로 만나게 됐네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가 나에게 던져 줬던 화두를 고민하고 있고요.
<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 >
그래서 현재 여러분들이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직업 종류를 최상단의 위치에 올리지 마세요. 그것보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꾸준히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에게 물어보고, 생각에 잠겨보세요. 저 역시도 요즘 걸으면서 이런 고민을 안고 있어요. ‘나는 어떤 가치를 좇으면서 살아가고 싶지?’
<도움이 되는 방법>
사람이 아무런 경험, 그러니까 어떤 상황-사건-사람-문화 등을 보고 느낀 것들이 아예 없는데 “나는 000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 거야”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나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고 직접 그 속에 들어가서 푹 빠져보세요. 경험해 보시는 거예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자소서에 쓰기 위해 수동적으로 하게 되는 경험 말고, 행여 자소서에 쓰지 못하는 이야기더라도 내 관심을 끄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경험해 보셔야 해요. 그러면 그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건-사람-상황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서 가슴에 남는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이 기억들을 토대로 우리는 삶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나만의 가치(의미)를 찾아갈 수 있답니다. 최대한 많은 것에 빠져들고, 들여다보면서 반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고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