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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나투스 Feb 04. 2022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없는데요?

학력은 없습니다만 Ep2

Ep2.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


저도 제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 게 군대 전역할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병장 때 썼던 일기가 있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대학교 학점을 잘 챙기고 자격증을 따서 회사에 들어가는 미래를 그렸더라고요. 


23살..


그런 일기장의 내용과는 달리, 저는 1월에 전역을 해서 바로 복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역하자마자 개인제과점에 제빵사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군대 입대하기 전에 막연하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직업군이었거든요.



7개월 정도 일을 하게 되는데, 그중 3~4개월 차 까지는 정말 즐거웠어요. 그 당시 월급으로 130~140만 원 정도 받았고, 주 6일 아침 6:30 ~ 18:00까지, 그 너머까지 할 때도 많았고요.


 제가 빵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최종 단계인 오븐을 보게 되는데 제 손을 거친 빵들이 매장에 이쁘게 진열되어 있는 게 기분이 좋아서 막 점심시간에 매장을 둘러보곤 했어요. 오늘 제품은 전반적으로 잘 굽혔는지, 어떤 게 잘나가는지 보면서요. 얼마나 일 자체가 즐거웠는지 한 달 치 봉급을 아예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근데 이게 참 시간이 지나면서 육체적으로 지치면서 매너리즘이 오더라고요. 그 당시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또 이 제빵사라는 직업에 스스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어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해 내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전역하자마자 시작한 제빵사 일, 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식빵을 오븐에 넣어두고 가게 맞은 편 밥집에서.


< 이후 느낀 점 > 


이때, 좀 생각이 많았어요. 이 당시 저는 그런 로망/환상이 있었는데 뭔가 내가 어떤 일(직업)을 할 때는 ‘주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일 자체가 주는 의미가 크고 보람이 있었으면 하는 로망이 있었어요. 


그런 로망을 채워주는 줄 알았던 제빵사 직업이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던 거죠. 게다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스스로 물으면 게임하기/여자랑 놀기/맛있는 거 먹기 같은 원초적(?)인 것들 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기본 욕구들이 제 직업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누구나 인간이면 다 좋아하는 거니까.


< 그래서 하게 된 결심 >


그래서 23살의 제가 나름 결심을 한 것이


 30살이 될 때까지 앞으로의 7년 동안, 내가 제빵사를 경험해 본 것처럼 최대한 많은 직업을 경험해 보고 30살이 됐을 때, 경험해 본 직업군 중에 상대적으로 가장 나에게 만족스러웠던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아가자는 결심이었죠.


< 친구의 의견 >


근데 제 친구가 저의 이야기를 듣고는, 세상에 수만 수십만 가지 직업이 있을 텐데 그렇게 접근해서


 ‘정말로 너가 좋아하는 일’, ‘너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반문을 했어요. 그러면서 덧대었던 말이 직업군을 최상위 가치로 두고 접근하지 말고, 어떤  추구하는 가치(이야기)를 최상위에 두고 접근하는 게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어요. 


 만약 너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고, 잘못된 인식이나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와 같은 가치(이야기)를 최상단에 두고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그 하위에 직업이 수단으로써 놓이게 될 거란 말이었죠. 예를 들어 역사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요. 그게 교사든 강사든. 또 역사와 관련된 컨텐츠를 만들거나, 혹은 그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를 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하고자 했던 말직업 종류를 최상위에 두지 말고, 너가 추가하는 가치를 최상위에 두고 앞으로 할 직업과 활동들을 모색해 보란 이야기였죠. 


9년 전 이 이야기가 아직 생생히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저에게 인상이 깊었던 거죠. 그래서 그 이후로 직업 종류로 앞으로 뭘 하지?라는 생각을 접게 됐던 것 같아요. 


< 돌고 돌아, 원점으로 >


최근에 코스모지나라는 유튜버를 통해서 핵심가치(Core value)를 기반으로 어떤 일을 하며 진로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Career path에 대한 영상을 보고 저도 따라서 적어 봤었거든요. 다시 생각해 보니 10년 전 제 친구가 저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코스모지나의 핵심 가치와 그에 따른 path(길)의 개념과 아주 흡사했어요. 어린 나인데도 참 생각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23살 때 그 친구의 이야기로 제 결심(직업을 최상위에 두는)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 상위의 나만의 핵심가치를 찾지는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32살인 지금 조금 더 정돈되고 다듬어진 career path로 만나게 됐네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가 나에게 던져 줬던 화두를 고민하고 있고요.


<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 >


그래서 현재 여러분들이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직업 종류를 최상단의 위치에 올리지 마세요. 그것보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꾸준히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에게 물어보고, 생각에 잠겨보세요. 저 역시도 요즘 걸으면서 이런 고민을 안고 있어요. ‘나는 어떤 가치를 좇으면서 살아가고 싶지?’


<도움이 되는 방법>


사람이 아무런 경험, 그러니까 어떤 상황-사건-사람-문화 등을 보고 느낀 것들이 아예 없는데 “나는 000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 거야”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나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고 직접 그 속에 들어가서 푹 빠져보세요. 경험해 보시는 거예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자소서에 쓰기 위해 수동적으로 하게 되는 경험 말고, 행여 자소서에 쓰지 못하는 이야기더라도 내 관심을 끄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경험해 보셔야 해요. 그러면 그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건-사람-상황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서 가슴에 남는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이 기억들을 토대로 우리는 삶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나만의 가치(의미)를 찾아갈 수 있답니다. 최대한 많은 것에 빠져들고, 들여다보면서 반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고 해보세요.


유튜브 - '학력은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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