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후에 오는 것들
너가 나를 밀어내기까지 그 망설임이라는 사잇공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나는 그 망설임을 못 견뎌했다. 왼쪽이면 왼쪽이고, 오른쪽이면 오른쪽이지 그 애매한 사이 공간에서 갈팡질팡하는 게 어딘지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했을 때 책임져야 할 것들을 회피하려는 나약한 이의 모습이라고 여겨서 못 견뎌했다.
그리고 그 망설임 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에 대한 좋은 기억들 그리고 좋지 못했던 기억들. 또 너 스스로가 나를 떠올리며 떠오르는 부유물들을 침전시키며 마음을 토닥이는 시간들. 그런 망설임의 시간들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왼쪽을 선택했을지라도 단 번에 결단을 내리고 왼쪽을 선택하는 이와, 망설이고 뜸 들이고 마음속에 그 힘겨움을 머금은 체 오래도록 망설인 후에 왼쪽을 선택하는 이. 이 둘은 분명 다르다. 눈빛이며 말투며, 대하는 것이며.
왼쪽으로 가게 될 것임을 알더라도 쉽게 단념하지 않는, 결코 편하지 않을 그 앓는 시간을 가지는 사람은 결코 나약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