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단독주택을 직접 공사한 이유

✍사업 일기 2

by 코나투스
홍보사진6.png 컨텍스트 슬로건
나가는 사진.png 모임이 끝나고



한 달에 한 권, 시즌에 4권, 일 년에 12권을 읽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이 서비스를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 정도로 소개한다면, 어느 서비스를 이용하든 그런 목적은 이룰 수 있고 굳이 이 공간에 오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독서모임'이라는 단어로 담을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그 너머의 일을 해내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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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2020-12-05 230940.png 정규 모임 <잡지식> / 내부 공간 Bar / 이벤트 <요리스트>


컨텍스트를 하기 전부터 공동 대표인 원욱과 나는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화들이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고, 어쩌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꽤나 공부하는 습관이 잘 만들어져 있던 학생들이었는데, 교실에서 제일 앞자리나 두세 번째 줄 가운데에 앉아서 수업도 잘 들었고, 소위 말하는 '경시반'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공부도 끈질기게 잘했다. 공부하는 것에 비해서 성적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근성이라는 게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나름 바른 학생 이미지의 학창 시절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에 입학 했고, 군인 시절 즈음부터 왠지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져 살았다. (허나 수학 공식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어요~라고 해서 그 답이 나올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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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인지, 언제 행복하고
슬픈지에 대한 것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문제풀이나 외우며 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됐고, 자연스레 학과 공부보다는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고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


그러면서 #김어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저렇게 자기 하고 싶은데로 막살아도 입에 풀칠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좀 더 과감하게 살게 되었던 것 같다. 그즈음 #스티브잡스 , #박경철 , #CNP푸드 등 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서로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을 단단히 다져나갔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단단해질수록, 아버지나 사촌들과의 마찰도 심해졌다.


그들은 내가 이상한 생각에 빠졌다고
답답해하기도 했고,
나를 회유하기도 했다.



또한 그들은 내가 생각대로 제어되지 않자 답답해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뭔가 이 정해진 길을 살아가야만 하는 한국사회가 더 갑갑하고 부조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왜 기성세대들은 먹고사는

이야기에 대한 질문밖에 하지 않는 것인가? 내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인지, 언제 행복하고 슬픈지에 대한 것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그들은 궁금해하지도, 답을 찾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무엇으로 먹고살지에 대한 문제, 학점이며 장학금, 취업, 자격증에 대해, 시간이 지나니 주식이나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만 했지 자신의 감정, 가치관을 나누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는 하지 않았다.


8.jpg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멤버들의 모습이다.



답답했다. 왜 감정과 철학,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금기시되어야 하는 것인가?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문제만 논해야 한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반항심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허나 그 어른들은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았고,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들 역시도 나와 비슷한 대화의 온도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IMG_1952.jpg 2017년 공사하던 당시


그래서 우리는 단독주택을 직접 리모델링했다.


어찌저찌 시작해서 완성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방울도 떨어지고,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공간이지만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다.


(실은 애초에 독서모임을 하겠다고 공사를 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에 이어 정서적인 독립을 돕기 위해, 공동체 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사에 착수했다. 그래서 공간이 더 아쉽기도 하다. 차차 이 이야기는 들려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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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러한 서사를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수많은 서사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위의 이야기들이 독서모임 컨텍스트를 시작할 때에는 명 큰 영향을 미친 사실임에는 분명하다.


그 시작을 토대로, 우리도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그 생각을 다듬고 발전시켜나가며 검증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장미(디자이너)라는 동료도 얻게 되었고, 덕분에 둘이서 할 수 없던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1-01-14-15-09-50.jpeg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지기 전, 컨텍스트 정규 모임 <메멘토 모리> 모임 사진이다.


그리고 회원분들 중에서도 자기 일처럼 우리의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도와주신 분들)

[ 컨텍스트 홍보영상을 도맡아서 만들어주시는 도희 님, 퇴근 후 홈페이지 코딩 작업을 해주시는 유상님, 컨텍스트에 필요한 용품을 보내주시는 재원님, 마케팅 비용이 부족할 때 돈을 무이자로 융통해주신 준열님, 사업적으로 진지하게 투자를 제안해주며 밥 먹으면서 일하라며 기프티콘 자주 보내주시는 갑록 님, 항상 밝은 모습으로 좋은 기운과 함께 한 겨울에 따뜻한 유자차를 보내주신 혜지 님, 항상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지원님, 언제나 행사가 있으면 참여뿐만 아니라 나서서 도와주시는 지현 님 성섭 님, 조용히 뒤에 서주시는 근호님, 항상 우리를 칭찬하고 주변에 알려주시는 용휘 님, 자신을 언제든지 이용하라며 늘 다가오시는 다연님 ]


등등 한 명 한 명 다 나열하면 오늘 밤 잠은 못 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컨텍스트는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고, 또 앞으로 갈 거다.


해진님 모임.png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겠다. 우리가 어떤 커뮤니티로 부산에서 자리매김을 할지, 다른 커뮤니티가 아니고 왜 컨텍스트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 사업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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