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시누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도 준비해야 할 게 이모저모 있었던 터라, 함께 이동하기엔 아기가 힘들 것 같아 결혼식 전날 미리 친정으로 넘어갔다. 결혼식 당일날은 친정부모님이 아기를 데리고 결혼식장에 오셨고, 아기는 결혼식장에서 만난 여러 친척들의 손과 손 사이를 분주하게 건너 다니며 할머니 할아버지들 품에 안겼다. 그러느라 너무나 피곤했는 지 결혼식이 끝난 저녁엔 이른 시간부터 푹 잠에 들었다.
아기가 너무 깊게 잠들었던 터라 아기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넘어가기가 안타까워서 다음 날까지 나는 친정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가 시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시댁으로 이동했다. 저녁을 짧게 먹은 뒤 바로 귀가했지만 그 잠깐 잠깐의 외출이 또 피로를 불러왔는 지 그 날 밤 아기는 또 다시 이르고 깊은 잠에 빠졌다.
문제는 그 이튿날이었다. 금요일의 이동, 토요일의 결혼식, 일요일의 외출이 마침 성장통을 겪고 있던 아기에게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새벽녘에 일어난 아기는 잠이 모자라 보채기 시작했다. 우유를 먹이고 토닥여주면 갑작스럽게 웩, 하고 토를 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토 양이 많아지면서 슬슬 걱정이 됐다. 열도 오르지 않고 놀기도 잘 노는데, 유난히 잠을 못 자는데다가 자주 넘겼다. 정오까지는 그래도 혼자 놀기도 했는데, 정오를 지나고 나서는 낮잠을 자지 못한 피로가 겹겹이 쌓이는 지 이젠 혼자 놀지도 않았다. 재워서 내려놓으려 하면 바로 눈을 떴고, 내려놓는 데 성공하더라도 삼십분 정도 후에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그 후론 멀쩡해 보여서 좀 놀리려고 눕히기만 해도 울어댔다. 내 몸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소리를 지르고, 징징 거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친정엘 다녀온 덕택에 비축해둔 체력이 남아있어 '남편 올 때까지 조금만 참자'하고 버텼거늘, 청천벽력같이 남편은 야근이 결정됐다고 알려왔다. 도무지 혼자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다른 핑계를 대고 시부모님의 방문을 요청드렸고, 시부모님이 와서 두어시간 가까이 아기를 돌보아 주셨지만, 아기는 그 이후로도 잠에 들지 않았다. 잠에 들지 않을 뿐더러, 여전히 혼자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안그래도 성치 않은 허리가 꺼질 것만 같아 내려놨더니 또 다시 팔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징징거렸다. 그 모습이 꼴도 보기 싫어 눈물이 났다. 신경질적으로 아기의 볼을 붙잡았는데, 볼이 너무나 말랑하고 따뜻했다. 아기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이후,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던 피로와 짜증이 훅 가시고 그 빈 자리로 우울이 밀려 들어왔다. 아기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내 몸의 피로함, 이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모두 혼합된 우울이었다. 과연 혼자서 아기를 돌본다는 게 가능한 걸까? 혼자서 아기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다행히 아기의 투정은 그 다음날이 되고나서 잦아들었다. 그 날 이후 부쩍 큰 아기는, 아마 성장통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아기의 모습 때문에 되려 내 마음은 우울에 젖어들고 만다. 그 하루를 못 참아서 나는 아기에게 그랬던걸까. 나는 왜 이렇게 못된 사람일까. 우울은 자책으로 번진다. 그럴땐 '여기서 그만 생각을 멈추자'해봐야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내 전쟁의 상대는 아기가 아니라 우울이다. 우울이 주는 무기력함에 나는 언제든 무너져 내린다. 깊어만 가는 밤,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 적막. 나는 정말 이 마음들의 끝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정말 '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