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我일기

+164 일상의 활력
혹은 일상이라는 괴로움

by 갱그리

다사다난했던 일주일이 이제야 지나간다. 지난 한 주 동안 많은 일과, 또 그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나를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지나갔다. 나는 끊임 없이 자책감에 시달렸고, 오래된 연인과 헤어진 것 같은 상실감에 빠졌다. 씩씩하게 일상의 과업들을 하나씩 해치워 버리다가도 잠시라도 쉬려고 앉으면 이내 멍해졌다. 퇴사 이후 어떤 감정들이 계속 내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꾹꾹 눌러 쌓이고 있는 듯 했다. 이런 걸 울화라고 하는가.


취생몽사.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술 취한 듯 살다가 꿈 꾸듯 죽는 인생. 본래는 이룬 것 없이 흥청망청 살다 가버리는 삶을 뜻하지만 술과 잠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더 없이 완벽한 인생의 표본이었다. 요새는 그 말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취생몽사, 취생몽사. 그러니까 지금 겪는 이 상황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취한 듯 몽롱하게 보내버리자고 마음을 몇번이나 고쳐 먹고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일상은 이런 때 활력이 되어준다. 조각조각난 마음을 들여다보다 깊은 우울에 빠지려고 하면 아기가 금세 잠에서 깨어 나를 찾는다. 아기가 깨어 있을 땐 아기의 필요대로 우유를 주고 트림을 시키고 놀아주고 재워줘야 하므로, 이런 마음을 돌볼 겨를이 없다. 몸이 머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때에 내가 느끼는 건 오로지 피로 뿐이다. 그 덕택에 나는 다시 몇 시간 동안이나 우울함에서 해방된다.


그런데도 어젠 힘든 꿈을 꿨다. 꿈에서 친했던 회사 사람들과 송별회를 하는데 모두 다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술이 한 잔도 기울어지지 않았는데 모두 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 그 꿈을 꾸고 난 후 새벽 내 다시 잠들지 못했다. 일상의 과업 때문에 잠시 감정에서 해방된다고 하더라도 울화는 계속 쌓이는 것 같았다. 일상만으로는 쉬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아마도 아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 앞에서 나는 부자연스럽게 웃는다. 크게 웃고, 자상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아기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그럴 감정이 아닌데도, 아기에겐 어떤 의무감으로 기쁘고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려 애쓴다. 그 때문에 진짜 나의 마음은 오히려 계속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아기를 돌보는 건 부모의 책임이지만, 나는 나로서 스스로를 돌보아야 할 의무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에서 나를 돌보는 일은 우선순위가 밀려버린다. 그래서 결국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일상은 괴롭다.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무뎌지는 와중에도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지금처럼 쉬지 않고 단 것을 입에 넣는 건 바람직한 결론이 아닌 것 같다. 좀 더 그럴듯한 해결책을 내서 나 자신을 다시 돌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빠른 시간 내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가자. 이렇게 느린 마음을 먹는 정도가 지금의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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