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에 없던 퇴사로 인해 최근 갑작스럽게 바빠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알아보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다니고..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회사로 열흘 뒤 출근하게 되었다. 출근하게 되면 아기는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오후에는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이 번갈아 하원시켜 주시기로 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아기는 나와 함께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지금은 적응기라 매일같이 어린이집에 가서 나와 함께 한 시간 정도 놀다 집에 온다.
어린이집 원장님도 선생님도 모두 밝고 친절하셨다. 아기와 함께 어린이집에 가면, 네 살짜리 꼬마 언니들이 "아기 너무 예뻐~" 하며 아기의 볼을 쓰다듬어주거나 아기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가져다 주었다. 아기도 언니들이 미끄럼틀을 타거나 장난감 차에 올라타는 모습들을 흥미로운 듯 지켜보았다. 어린이집에 돌 전 아기는 당분간 우리 아기 뿐이어서, 운 좋게 우리 아기는 0세 반에서 일대일 보육을 받게 되었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 마음 속 깊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물론 주위에 육아휴직 휴가를 받지 못해 생후 3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맡기는 일이 다반사인데, 6개월까지 돌볼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행운이었을 지도 모른다. 내 아기를 내 손으로 기르는 것이 '행운'이라니, 정말이지 얼척 없지만 현실이니까.
아무튼 나는 복직 준비를 하고 있다. 복직 후 하게 될 업무를 살짝 공부하고 있고, 미뤄왔던 병원 치료들을 모두 받고 있다. 그리고 집에선 아기를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예뻐해주려고 노력한다. 복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변의 언니들은 복직한다고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차라리 죄책감 가질 마음으로 아기를 더 예뻐해주고, 퇴근 후에 아기에게 정성을 쏟으면 된다며 나를 토닥여주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복직하는 날은 아기의 생후 이백일이다. 우리 가족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백일되는 날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아기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묘한 날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을 지, 나는 떨리고 두렵지만, 아기는 잘해낼 것이다. 벌써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에게도 척척 안기고, 내가 잠시 안 보여도 울지 않는다. 기특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우리는 잘해나갈 것이다 아마도. 여태 여러 고비를 잘 넘겨 왔으니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고이 접어 놓고 이제 현재의 기쁨에 충실할 시간이 앞으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 많이 같이 있자, 우리 더 사랑하자, 내 소중한 딸래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