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我일기

+191 새벽운동을 시작하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by 갱그리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오전 여섯시에 일어나 집 앞 공터에서 줄넘기 백번, 그리고 십분 정도 달려 다시 다음 공터에서 줄넘기 백오십번, 그리고 다시 십분 뛰어 집으로 온다. 그리고 집에 오면 삼사십분 정도 지나있다. 간단히 씻고나면 아기가 깬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깨면 남편이 아기에게 우유를 먹인다.


예전엔 출산 후 허리와 골반이 워낙 낫지 않아서 운동을 했다. 일주일에 두번, 국가에서 제공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여 요가를 다녔다. 그런데 복직을 준비하다보니 요가를 할 시간은 전혀 없었던 데다 하필 크게 앓는 바람에 근 한달 간은 아이돌봄 서비스를 모두 취소하고 친정에 다시 들어가 누워버렸다. 이전에 퇴사하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진통제 맞으러 응급실도 몇 번 다녀오고, 정말 끔찍했던 시술도 두 차례나 받았다. 그래도 아직 매일 세 끼마다 진통제를 먹는다.


아프고나니 복직에 대해 희망찼던 기운들도 모두 사그러들고, 부정적인 감정들만 마음 속을 휘젓고 다녔다. 하고 싶었던 것, 내가 하려던 것에 대한 생각도 지우개로 싹싹 지운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병원을 왔다갔다 하면 온몸에 진이 빠져서 아기도 예뻐보이지 않았다. 빨리 재우고 쉬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그러다 <미생>의 이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길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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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체력을 길러야 한다. 나는 일을 하고, 아기를 돌보고, 그러면서 글도 쓰고 싶다. 몸매 좋은 여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여전히 '하고 싶다'고 느끼기 위해서 나는 운동을 결심했다. 처음엔 만화 <다이어터>를 살까, 아니면 헬스장을 끊을까 고민을 하다가 제일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집에서 아기가 놀 땐 옆에 요가매트를 깔아놓고 간단히 요가를 하고, 새벽엔 줄넘기와 달리기를 한다. 크게 돈이 필요하지도 않고, 뭔가 요령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어제는 아기를 재우다가 우연히 옛날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무려 2006년의 다이어리로, 내가 고삼 때 공부하던 학습일지를 적어나간 것이었다. 매일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하고, 그리고 학습 총량을 계산하며 느꼈던 십 년 전의 희열이 다시 다이어리를 열어 본 지금에 와서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십 년 후의 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십년 전의 내가 만약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복합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그때의 그 성실함만을 다시 떠올리기로 했다. 성실하게, 꾸준하게, 다시 운동하자. 엄마로서 건강하기-가 아니고 나로서 건강하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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