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가장 바빴던 일주일이 이제야 저물어 간다. 한 주 내내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기를 깨워 우유를 먹이고, 아침에 먹었던 젖병을 소독하고. 정신없이 아기를 들쳐업고 어린이집에 아기를 데려다주면 아기는 엥- 하고 운다. 오분여간 놀아주다가, 울지 않을 때쯤 아기에게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을 나선다. 처음 어린이집에 가면 에엥-하고 울었는데, 이제는 에엑-! 하는 신경질로 바뀌었다. 한번 신경질 팍 내고, 토라졌는 지 얼굴도 보여주지 않다가 간다고 빠이빠이- 인사하면 퉁명스런 표정으로 나를 본다.
어린이집에 아기를 맡기고 나서는 발걸음이 처음에는 너무나 무거웠지만, 날이 가면 갈 수록 울지 않는 아기 덕택에 조금씩 가벼워진다. 하원은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번갈아가며 시켜주시는데 사실 부모님들이 힘드신 것 같아 죄송스럽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뒤섞여 있다.
어린이집에 아기를 데려다주고나면 출근하는 3-40여분간 꿀맛 같은 휴식시간이다. 남편의 회사가 나의 회사와 바로 인접한 지라 우리 부부는 함께 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보통 이때 빵이나 김밥으로 요기를 하거나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간다. 하루 중 가장 기운찬 시간이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게 무색할 정도로 새 회사는 나와 꼭 맞는다.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당연히 모르는 것도 많겠지마는, 지금까진 무리 없이 즐겁게 다닌다. 출근한지 삼일째 되는 날엔 회사 사람들과 함께 퇴근하다가, "갱씨는 여기 회사에 오래 다닌 사람 같아-" 라는 말을 들었다. 신기하게도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 출근한지 삼사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오래 다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회사의 특출난 장점이라면 칼같은 출퇴근 시간이랄까. 대신 업무 시간 강도는 높은 편이다. 업무시간엔 바짝 일하다가 6시가 되면 모두 정확하게 퇴근한다. 간혹 5-10분 정도 늦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6시 30분 전엔 퇴근한다고 한다. 업무적으로도 그간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신기술들을 모두 시도해볼 수 있는 점이 즐겁다. 마침 시스템을 재정비할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었고, 운 좋게 아키텍처 업무로 내가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간 배우고 싶었던 프레임웍들을 이참에 모조리 공부하며 기록을 남기고 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칼 같이 퇴근하여- 남편의 차로 같이 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이때는 빨리 가서 아기를 교대해야 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퇴근길의 도로는 언제나 느릿느릿해서 마음 먹은 만큼 날아 갈 수 없는 게 늘 안타깝다. 마음은 비행기, 몸은 거북이인 채로 엉금엉금 기어 겨우 집앞에 당도하면 두근반 설렘반 하는 마음으로 재빨리 잠금 키를 누른다. 띠리릭-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 뒤엔,
꺄륵-
하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현관문을 열기가 무섭게 아기는 늘 너무나 기쁘게 나를 맞아준다. 아직 손도 씻지 않았는데 내게로 오겠다며 안아달라고 보채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얼른 손을 씻고 부모님의 품에서 아기를 데려오면- 부모님의 따뜻한 말들, 그리고 아기의 체온, 포근한 집안의 공기가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이런게 행복이야-
오늘도 수고했어-
라고.
물론 몸은 늘 피곤하고, 눈밑은 언제나 다크서클에 충혈된 채로 있지만. 언제나 잠이 고프고, 만성위장통에 시달려 "피곤해-자고 싶다-" "인생은 정말 피곤해.." 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행복하다. 마치 <곰돌이 푸>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아마 나의 내일은 또 피로에 찌들고, 피로로 마감하는 날이 되겠지만 출근전, 퇴근후 마주하는 아기의 얼굴은 늘 내게 일상의 빛나는 순간이다. 이 순간들이 차지하는 건 하루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도, 그날 하루의 색깔을 온통 바꿔버릴 정도로 밝고 아름답다. 그리하여 오늘도 다시, 월요일인 내일을 기대감으로 맞이 할 수 있다. 내일도 내일의 행복이 나를 기다릴테니까.
- Remember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