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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Apr 06. 2022

빌 게이츠의 역작, 진행파 원자로



[전편]

https://brunch.co.kr/@ourplanet/4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원자력이 친환경 발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원자력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체르노빌, 후쿠시마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할 것.

 둘째,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각종 오염 물질의 처리가 원만할 것.


 즉, 원전은 더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더 안전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원전의 가치는 전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에게는 다소 기이하게 보였던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 원전 사고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기이한 동식물 변종 사진, 오염물질이 축적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우리나라로 수입될지 모른다는 공포감 등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극도로 높였고 결국 이것은 원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탈원전 기류가 가속화된 것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 : 푸드 액션 일본]

https://youtu.be/YQ4CYEzg_4I



 우리에게는 너무 먼 원자력 발전. 지금 원자력 발전의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한 것일까? 현재의 원자력 발전보다 안전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정제하기 쉬운 원자력 발전은 없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부자, IT업계의 개척자로 익숙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립자, 빌 게이츠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빌 게이츠가 등장해서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우선 빌 게이츠는 독서광이다. 그는 1년에 50권 가량 책을 읽는다고 하며 게이츠가 추천한 책은 단번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고 한다.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 것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보건 부문, 에너지, 기후 변화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런 그의 독서 습관은 그를 에너지 준전문가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또한 빌 게이츠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한편, 가장 효율적이고 탄소 배출이 적은 발전 방식이지만 위험성 하나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한 원자력 발전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우리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충분한 에너지를 도입해서 화석 연료에 손 뗄 수 있을까요?

문제를 이성적으로 보고 있다면 원자력을 무시하기 정말 어려워요.

원자로가 죽인 사람 수와 석탄 공장 폐수로 인해 죽은 사람 수를 비교하면 각각 몇 명일까요?"


 석탄 공장 폐수로 인해 죽은 사람, 80만 명. 자력이 초래한 몇 천 명의 희생자보다 적다. 석탄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전반의 손실, 그로 인한 대기 오염까지 포함한다면 그 희생자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따져보면 원자력보다 석탄 발전이 더 위험하다. 너무 큰 사고에 가려진 원자력 발전의 장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다. 반대로 생각해 원자력 발전의 사고 가능성을 극도로 줄일 수 있다면, 우리는 에너지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테다.


 빌 게이츠는 고민한다. 원자력 발전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원자력 발전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그는 그 원인으로 원자력 발전의 설계 미스, 그리고 인간의 실수를 꼽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재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 체르노빌 발전소에서는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터빈이 만들어내는 전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이 실험이 위험을 제어해 줄 안전장치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실험은 우리가 알고 있듯 대실패로 끝났고 결국 수많은 사상자만 남긴 최악의 인재로 역사에 남고 말았다.


 더불어 원자력 발전은 모두 구시대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은 1940년대 후반 설계에 기반해서 지어졌고 미국에 존재하는 가장 현대적인 원자력 발전소 또한 1960년대 설계와 1970년대 설계에 기초해서 지어졌다. 이러한 발전소들은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화가 되어있지 않은 발전소는 인재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Pixabay @ar130405


 빌 게이츠는 '테라 파워'라는 회사를 설립, 뜻을 같이 하는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새로운 원자로를 고안한다. 컴퓨터를 사용해 인재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원자로를 말이다. 빌 게이츠는 슈퍼컴퓨터를 동원하여 이러한 원자로가 설계 가능한지, 결함은 없는지, 사고 발생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가상 조건 하에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결국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원자력 발전을 개발해낸다. ‘진행파 원자로’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행파 원자로는 한번 가동하면 최대 100년간 연료를 추가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으니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인재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또한 진행파 원자로는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재사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원자력 발전은 사용후 핵연료의 10%만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었고 90%는 사용할 수 없어 저장고에 따로 보관해야 했는데, 진행파 원자로는 그렇게 보관만 되던 나머지 90% 사용후 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켄터키주 퍼듀카에는 미국을 125년간 가동할 만한 핵폐기물이 쌓여 있다고 한다.


 진행파 원자로는 물 대신 액체 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는데, 이 액체 금속은 끓는점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끓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열전도 효율 또한 130배 높기 때문에 원자로가 멈추면 금방 식는다. 후쿠시마 사고처럼 원자로에 남은 열 때문에 원자로가 녹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존 원자로의 경우 물 열전달 효율을 높이려고 150기압에서 작동하지만 진행파 원자로는 1기압에서 작동한다. 압력에 무리가 없으니 더욱더 안전한 설계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원자로가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해일, 지진, 항공기 사고, 최악의 경우는 원자로가 전력 생산을 멈추는 거지,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게 아니에요. 그 누구도 본질적으로 안전한 설계는 한 적이 없어요. 논의는 있었지만요. 될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기사가 그동안 수백 개씩 쏟아졌지만 우린 실행하기로 했죠.”


 진행파 원자로는 체르노빌 사고처럼 인재를 일으키지도 않고 후쿠시마 사고처럼 잔열에 원자로가 노출되지도 않을 것이다. 완벽히 안전한 원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원자로 중에서는 가장 안전하다. 더불어 가장 친환경적이다.


 그렇다면 테라파워의 진행파 원자로는 어디에 지어졌을까? 빌 게이츠는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나라인 중국과 함께 진행파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계약했지만 정치적 문제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바로 미중 무역 전쟁 때문.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을 반대하여 예상치 못한 난관이 부딪히고 만 것이다. 진행파 원자로를 함께 설계한 네이선 미어볼드는 ‘정치적 문제가 있을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원전의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그것을 경계하고 주의 깊게 살피는 사람들에 의해 가장 안전하다는 진행파 원자로(TWR)가 개발되었다. TWR은 정말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의 불안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여전히 원전의 한 종류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원전의 한계를 잘 극복해서 친환경 발전으로 이름을 날리길 기원해 본다.








Reference

1. '독서광' 빌 게이츠 지난 10년간 독서 취향 분석, 주혜진 북 DB 기자, 2020.06.24

2. 조선일보 [이영완의 뉴스 저격] 연료 채우면 100년 가는 빌 게이츠의 고속증식로… 美·中 주도권 경쟁, 2019.01.25.

3. <인류가 꿈꾸던... 극강의 원자력을 만들어버린 빌 게이츠>, 리뷰엉이 : Owl's Review

4.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3화








Editor & Contents Director : 김 재훈

About Writer : zxv1236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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