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카페

by 아세빌

내 인생의 처음 간 카페는 파스쿠찌였다.
처음 와본 티는 내기 싫고 괜히 있어 보이고 싶은데 돈은 없으니 제일 저렴한 걸 골랐다.
그게 에스프레소였다.


동행한 사람의 컵보다 한참 작은 잔을 보자마자 뭔가 잘못된 걸 느꼈는데

맛조차 충격적이었다.

“아니 이걸 돈 주고 마신다고?”


그 후에 드라마를 보다가 나랑 똑같은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꼭 에스프레소를 시키는 걸 보고 빵 터졌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나만의 흑역사가 아니었구나.
어쩌면 서울 초짜들의 통과의례 같은 거였구나.


파스쿠찌에서 큰 상처를 받고 한동안 카페는 근처에도 안갔다.
그러다 몇 년 뒤 스타벅스를 처음 갔는데 바닐라라떼라는 걸 알게 되었다.

휘핑크림이 산처럼 쌓인 컵을 받아 들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커피야? 이건 디저트잖아!”


그 뒤로 한 달에 한 번, 월급날이 되면 꼭 스타벅스를 찾아갔다.
내 체크카드 혜택이 스타벅스 500원 할인인가, 1잔 무료였나...
아무튼 그 작은 혜택이 세상에서 제일 큰 호사처럼 느껴졌다.

시골 산골소녀가 도심 한복판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활보하다니.

그걸 사 먹는 날엔 괜히 발걸음도 가벼웠다.


게다가 그때 스타벅스에서 처음 먹어본 게 머핀이었다.
따끈하게 데워서 주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휘핑은 또 어찌나 맛있던지...
정말 ‘신세계’라는 말밖에 안 나왔다.


... 그리고 십여 년이 흘렀다.

지금은 맥심커피든 아메리카노든 잠만 깨워주면 뭐든 마시는 만병통치약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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