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너무 눈부셔 고개를 숙인 나무의 이야기
도시에 달빛을 싫어하는 이상한 나무가 있었어요.
다른 나무들이 반짝이며 달을 향해 팔을 뻗을 때,
그 이상한 나무는 고개를 숙였어요.
“왜 빛을 싫어해?”
달이 물었지만, 나무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달빛이 너무 눈부셔서, 마음이 저려왔거든요.
밤마다 도시에는 바람이 불었어요.
바람은 다른 나무의 잎사귀 사이를 지나며 웃고 속삭였어요.
하지만 이상한 나무는 바람이 불면 잎을 꼭 붙잡았어요.
“왜 흔들리지 않니?”
“내 몸이 흔들리면, 마음이 떨어질까봐.”
어느 날, 도시에 반가운 비가 내렸어요.
비가 내리자 다른 나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이상한 나무는 가지를 흔들며 귀를 막았어요.
빗소리가 너무 커서, 가슴 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거든요.
모두 잠든 새벽,
이상한 나무의 발밑에 그림자가 앉아 있었어요.
그림자는 나무의 친구였어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는 친구요.
그림자는 다른 나무들과 똑같지 않아도
질문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나무는 그림자와 함께 어두운 곳에 있는 게 좋아졌어요.
그러던 또 어느 날, 달이 도시에 ‘쿵’ 하고 떨어졌어요.
떨어진 달은 빛을 뿜으며 이상한 나무를 비췄어요.
달빛은 나뭇잎 하나하나에 닿았어요.
이상한 나무는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나무야, 나를 비출 수 있게 해 줘.
네가 내 빛을 받아주지 않으면,
나도 어둠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거든.”
그 말에 이상한 나무는 눈을 천천히 떴어요.
그리고 몸을 흔들던 것을 멈췄어요.
그날 새벽,
이상한 나무는 아주 조용히 잎을 흔들었어요.
그때 작은 물방울이 반짝이며 떨어졌어요.
그건 눈물인지, 새벽이슬인지 아무도 몰랐어요.
도시가 밝아오자,
달은 하늘로 돌아갔어요.
대신 나뭇잎 사이에는
작은 반딧불 한 마리가 작은 빛을 내며 남아 있었어요.
그 빛은 달의 마음 같기도,
엄마의 눈물 같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