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받지 못하는 마음이 자꾸 쌓인다

“중증 자폐, 얼마나 힘드냐고요?”

by OurSlowBlooms


정확히 말씀드릴게요.

팬티를 하루에도 30장 이상 손빨래하고,

하교 후엔 응가를 셀 수 없이 많이 시도합니다.

변기에는 좀처럼 앉으려 하지 않고,

항상 팬티에 볼일을 보려 합니다.


그것을 막으려면 저는 건우가 눈떠있는 동안

하루 종일 쫓아다니며

수십, 수백 번의 눈치싸움을 해야 해요.

여기엔 감각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약물의 도움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하루에도 여러 번 건우가 응가를 바릅니다.

손으로 바닥, 장난감, 가구, 창문에까지 묻혀요.

하루는 욕실 안에 물놀이 분수바닥을 깔아주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응가를 고인 물에 넣고 장난하고,

거기에 머리카락을 담그며 놀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 사이사이에는

변이 붙어있는 채로 건우는 그저 신이 났습니다.

그걸 치우고 건우를 씻기며 드는 생각은

“치매 부모를 돌보면 이런 느낌일까?“

였습니다.

이래서 뉴스에서 종종 서로 추후엔 동반자살을 할 정도로

비참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는 이 시간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까.

수많은 질문을 저에게 던집니다.




사람들은 ‘중증 자폐’라는 단어를 듣고도

그 무게를 실감하지 못합니다.

그건 그냥 진단명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 단어보다 훨씬 끈질기고,

지독하게 반복적이며,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습니다.


저는 건우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하루 종일 긴장한 채 있다 보니

결국 공황장애와 우울 진단을 받았습니다.

불안은 제 정신을 먼저 부숴버렸고,

오늘도 건우가 어디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호흡이 가빠집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건우 어디있어?” 입니다.

비로소 건우가 잠들어있는 순간만

제 맘이 편안해집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자폐성 장애 실태조사에 따르면,


• 중증 자폐 보호자의 73%가

만성적인 정서 소진을 경험하고,

• 52.1%는 정신과 치료나 약물 복용 중,

• 절반 이상이 삶의 통제력을 상실했다.


응답했습니다.


자녀의 배변훈련 실패는

보호자의 스트레스 지수를 끌어올리고,

우울, 분노, 자기혐오와 같은 복합감정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제 이야기를 수치로 증명해 줍니다.

저는 지금, 그 통계 안의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숫자일 뿐

아이의 손에 묻은 똥냄새와

제 손에 베인 똥냄새까지

그리고 그 팬티를 손빨래하며 울컥울컥 하는

저의 단어로 차마 담을 엄두도 나지 않는

참담한 마음까지는 담지 못합니다.




중증 자폐는 단어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돌봄과 생존이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누군가 제게 다시 묻는다면

“중증 자폐는 어디까지 힘든가요?”


저는 말할 것입니다.

“그 신을 신어본 사람만 알아요.

그 냄새, 그 반복, 그 무력함, 그 죄책감

다 가진 채로 오늘을 살아가는 감정은

그 안에 있어 본 사람만 알 거예요.”


라고 말이에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이 감정의 100%를 이해하긴 어렵더라고요.

가끔은 저를 제일 잘 아는 친정엄마조차도

제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었으니까요.

이건 설명으로 전달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라는 걸,


저는 이제 압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고립된 감정들을

누구에게 털어놓기보다는 글로 남기고 싶어 졌습니다.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에 더 조심스럽고, 더 정직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완서 작가님은 생전에

“글을 쓰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이제야 뼛속까지 와닿습니다.


제가 느낀 이 마음들이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저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오늘도 치열하게 보낸 누군가에게,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견디고 있는 모든 이에게도

조용한 위로로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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