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햔햔 Apr 27. 2023

문제가 생겼다. 동료가 불려갔다. 탈탈 털려왔다.

나이스하게 문제를 대하는 리더의 태도를 기원하며...



지난번에 비슷한 문제 있는지 다 조사해서 처리하라고 했잖아...


삐쭉 솟아 오른 문제 하나로 동일한 레퍼토리가 시작된다. 말 한 마디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모든 일을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저 감사해야 할 일, 절대 당연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발견이 되었을 때, 비로소 문제가 된다. 그 문제를 사전에 조사해서 모두 제거 한다는 것은, 시도는 높이 살 만하나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확인할 방법도 없다. '없음'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문제에서건 다르지 않다.

              

▲  문제가 없다는 것은 '현재'에 국한될 뿐이다.ⓒ Pixabay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리더


리더들이 자주 잊는 것이 하나 있다. 업무 지시를 받은 부하직원들은 그 업무만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사항인데, 부하직원은 바쁘다. 오늘 업무 지시를 받은 직원은 한 달 전 받은 업무와 지난 주 받은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어제 다른 상급자에게 받은 업무는 덤이고 1시간 전에 타 부서에서 온 요청은 오전 중에 회신을 요구하고 있다. 덕분에 부재 공지를 요청했던 동기의 부탁은 잊은 지 오래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에선 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수많은 절차가 존재하고 주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개인별 수명 업무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일단 기본 값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하직원은 리더가 '지금 이 순간' 완전하길 바라는 '그 일'만 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일을 병행하게 되고 병행하는 일들은 '최고의 방법'이 아닌 '최선의 방법'으로 처리된다. 모든 선택과 집중에는 기회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몸이 두 개가 될 수 없고 하루는 24시간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몸이 열 개이고 하루가 240시간이라고 해도 글쎄... 완벽을 보장할 수 있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결점이 '없음'을 증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문제에 초점을 맞춘 리더는 지엽적인 '그 일'에만 매몰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리더가 그것을 '최선'의 결과가 아닌 '적당히' 혹은 '대충'의 결과로 바라보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원인을 사람의 문제로 넘겨짚는 순간, 해결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했던 문제는 사람간의 감정 문제로 발전하며 난이도가 높아진다.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을 보다보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다. 혹시 열심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 모두에게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을 소수를 위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의심받은 직원의 사기는 꺾이기 마련이다.

            

▲ 언제나 따뜻한 모습을 잃지 않는 옥토넛 탐험대의 대장 바나클. 그의 대사에 "왜 그랬어?"는 없었다.ⓒ 씨네21


<옥토넛 탐험대>라는 아이들의 만화에는 북극곰 바나클 대장이 나온다. 에피소드마다 별의별 사건이 터지는데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꽤나 인상적이다. 지시불이행이나 누군가의 명백한 실수로 인한 문제에도 바나클은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왜 그랬어?" 같은 책망이나 추궁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때문에 동료들은 변명을 늘어놓거나 자책에 무기력해질 여유도 없이 문제 해결에 뛰어든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소회를 나누고 필요한 경우 합리적인 처분을 내릴 뿐이다. 믿고 함께 하는 동료에게 불필요한 말로 상처를 주거나 믿음을 지우지 않는다.


완벽은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거라고 한다. 그래도 완벽을 추구하면 탁월해질 수 있다고 하니, 우리는 탁월해지려는 그 노력에 박수를 쳐야 하지 않을까? 지엽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구성원의 노력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건설적이지 않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선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실수에는 너그러운 분위기가 필요하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그래서 리더들의 문제에 대한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 일만 보던 상황을 지나 전체를 조망하게 된 리더의 입장에서는 모든 일을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도 사사건건 손을 보탤 수도 없을 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올챙이 시절의 옛 추억은 서서히 잊힌다.


문제를 대하는 리더의 질문


문제를 통해 단단해지는 조직의 리더는 "왜 그랬어?"라는 사람에 대한 추궁과 원망의 말이 아니라 "문제가 뭐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함께 해결해 보자는 태도로 같은 편에 서서 문제를 바라본다. 그래서 마찰이 적다. 맞은편이 아닌 바로 옆에서 발걸음을 맞춰주는 상대와 발이 꼬일지언정 부딪히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배려와 믿음은 건강한 조직의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          

  

리더들이 조직원들에게 같은 편임을 알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문제가 생겨난 시점, 바로 그때가 기회다.



함께하는 동료라고 강조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맞은편에 서서 상대의 잘잘못을 파헤치려하면, 결국 상대는 사실을 축소하거나 심한 경우 내막을 숨길지도 모를 일이다. 배려 없는 곳에 믿음이 자랄 수 없고 지적 속에 회피만 성행할 뿐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사람의 의지를 지나치게 약하게 치부한 말이다.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조금 따듯하게 보듬어 주는 것이 뭐가 대순가. 게다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리더이지 않은가.


돌고 돌아 또다시 리더의 몫이다. 어쩌겠나. 이끌든 이끌리게 하든 어쨌든 앞장서야 하는 리더는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런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리더는 좀 멋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해결했을 수많은 문제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문제는 다른 것들이 정상이기에 눈에 띄는 것이다. 리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밥 먹는 속도가 느린 직장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