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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스리랑카_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아시아] 엄마가 다시 아프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둘째가 사표를 냈다. 

항암치료를 견디려면 무엇보다 잘 먹고 푹 쉬어야 하는데 엄마 혼자서는 힘들 것 같다며 자신이 엄마 곁에서 돕겠다고 했다. 언니와 아빤 돈을 벌어야 하고 막내는 재수생이니 자신이 적임자라 했다. 그렇게 둘째에게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빚을 지고 말았다. 


엄마의 컨디션을 살피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잠드는 순간까지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러하기에 친구를 만나도 마냥 편하지 않았다. 엄마도 아프지만 둘째는 엄마를 위해 고생하는데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도 되나 싶었다. 일상적인 생활들을 한다는 게 가족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고  내 삶이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는 게 조금씩 느껴졌다. 마치 평범한 삶에서 경로를 이탈하는 것 같았다.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길 잃은 것 같은데?”   


 몰디브에서는 온전히 휴식을 취했기에 진정한 배낭을 메고 걷는 여행의 시작은 스리랑카였다. 경적소리와 목이 따가울 만큼 매캐한 매연이 가득한 콜롬보에서 하푸탈레로 넘어오니 살 것 같았다. 공기도 상쾌하고 무엇보다 푸릇푸릇한 산들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어두컴컴한 새벽, 일출로 나름 방귀 좀 뀐다는 하푸탈레 립톤싯에 올랐다.

한 껏 일출을 만끽하고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올라올 때는 굽이굽이 굽어진 차밭이었는데, 지금 우리는 오른쪽으로는 절벽이 왼쪽으로는 산등성이가 보이는 흙먼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웃고 장난치며 걷느라 경로를 이탈한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한참 길을 보던 우리 곁으로 차량 한 대가 다가왔고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우리에게 음력 새해가 있듯 스리랑카 사람들에게는 4월에 그들만의 새해가 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립톤싯에 왔다는 그들은 우리에게 단체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다. 배경이 다 나오게 한 컷, 상반신만 나오게 한컷 등등 그 들이 요청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열심히 찍어줬다.   

사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우리를 알아본 그들이 툭툭을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서툰 영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그들이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 폭포 갈 건데 너네도 갈래? 같이 수영하자" 예상치 못한 환대에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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