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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_동화 같은 결말은 없었다.

[아시아] 엄마가 다시 아프다

by 삼남매

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5년이란 시간을 버텼고 10년이란 시간을 견뎠다.

엄마가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아빤 앞으로의 5년이 중요하다고 했다. 재발 없이 5년을 넘긴다면 엄마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있을 거라고 했다. 온 힘을 다해 내가 아는 모든 신에게 빌었다.

‘5년 동안 재발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힘들었지만 5년이라는 목표 덕분에 희망은 있었다.


5년이 지나 10년 다 되어 가는 동안에도 엄마의 암은 잠잠했다.

완치판정도 받았겠다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겠다 했는데 재발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재발한 암환자가 살 확률은 얼마나 될까?

확률이 높다고 해서 엄마가 산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숫자에 기대고 싶었다. 그리고 숫자를 확인하고 나니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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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살려면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엄마가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 가족이 똘똘 뭉친다면 엄마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참으로 건방진 생각이었다. 우리에겐 동화 속에서 나오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결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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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를 첫 여행지로 정한 건 괴롭고 힘들었던 그때의 시간들을 보상받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똘똘 뭉쳐 엄마를 지키자 했는데 그러지 못함에 죄책감이 들었고 그 죄책감은 분노가 되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이제 먹고살만해졌는데 엄만 왜 누리지 못한 걸까? 어차피 죽으면 다 소용없는데 비싼 리조트에서 멋지게 놀아보고픈 마음에 몰디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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