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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네팔 _미안한 건 알지만

[아시아] 엄마가 다시 아프다

 티가 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건 집안일 일 것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 있다면 그 또한 집안일 일 것이다. 엄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엄청난 깔끔쟁이었다. 

집에 놀러 온 이모가 이 집 걸레는 수건으로 써도 되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걸레조차 들통에 삶아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둘째가 집안일을 맡아 준 덕분에 먹는 건 문제가 없었지만, 한 번 잘 먹기 위한 과정은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식자재를 준비하고 씻고, 요리를 하고 먹고, 먹고 난 후 뒷정리를 하루에 세 번씩 해야 했으니 둘째가 많이 힘들었겠다는 걸 나중에 몸소 체험한 후 알게 되었다. 

 

 익숙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힘들었을 텐데 미안한 걸 알면서도 나 또한 바깥일을 한다는 이유로 둘째를 도와주지 않았다. 각자의 이유로 지쳐버린 우리는 많이 싸웠다. 

  


그런 우리가 네팔 랑탕 히말라야를 오를 땐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행여 사소한 행동과 말투 때문에 싸움이 될까 서로 배려하느라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산을 오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랑탕히말라야를 오게 된 건 순전히 둘째의 버킷리스트 때문이었다.


[둘째의 말을 빌리자면] 일요일 아침 눈을 비비며 거실에 나왔다. 엄마는 아침을 준비하고 아빠는 TV를 보고 계셨다. 소파에 앉아 아빠와 함께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등반 다큐를 봤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어른이 되면 반드시 저곳에 가겠다고. 

해발 3000m가 되자 숨이 차고 걷는 게 힘들어졌다. 하지만 둘째의 버킷리스트인걸 알기에 포기하자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둘째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본인이 오자고 한 곳이라 선뜻 그만하자라는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로를 극진히 배려한 덕분에 최종 목적지인 해발 4000m 넘는 칸진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힘들게 걷다 숙소에 도착하면, 웅장한 산과 구름에 빠져 '오길 잘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 편하니 부침개 뒤집듯 마음이 휙휙 달라진다. 

 저녁식사를 주문하고 뜨거운 물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곳에는 공짜라는 건 없다. 같은 물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비싸지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처음엔 야박하다 싶었지만 산을 오를수록 그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이고 지고 오는 그들의 노동력에 비한다면 더 비싸게 받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물에 인스턴트 미역국을 넣었다. 오늘이 나와 막내를 걷기 지옥으로 초대 둘째의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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